매거진 당신에게

나는 뒷손이 없어서

-365

by 문득

부지런하다는 것은 일을 잘 벌인다는 것과는 조금 다른 말이다. 나는 이 사실을 그를 보면서 알게 되었다.


철이 바뀌어 쓰던 이불이나 토퍼를 빨아야 할 일이 생길 때 특히 잘 실감이 나는 편이었다. 제일 아래 깔리는 토퍼를 빨 때면, 그는 토퍼를 빼고 침대를 다 원상태로 정리해 놓았다. 그리고 토퍼가 다 마르고 나면 다시 깔았던 이불을 다 걷어내고 토퍼부터 다시 깔았다. 그 과정에서 먼지가 떨어지면 그때마다 다시 청소기를 밀었다. 그러니까 토퍼를 걷을 때 한 번, 다시 깔 때 한 번 해서 하루에 청소기를 두 번 미는 셈이다. 이건 그냥 그의 성격이 잠시도 뭐가 너저분하게 널려 있는 꼴을 보지 못하는 극히 깔끔한 성격이기에 그랬다.


반면에 나는, 되도록 두 번 일을 하지 않는다는 주의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만 해도 아 이제 날도 좀 따뜻해졌으니 토퍼부터 시작해서 이불이며 패드며 하나씩 빨아서 집어넣을 건 집어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충동적으로 토퍼를 걷어다 세탁기 속에 처박았다. 그러고 보니 토퍼를 못 깔면 그 위에 이불 정리도 못하고 베개며 쿠션도 놓아둘 수 없다. 토퍼를 깔 때 또 먼지가 날릴 거니 청소기는 그때 밀어야 두 번 일을 하지 않는다. 뭐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지금 침실은 무슨 이삿짐이라도 싸려는 것마냥 제 자리에 놓여있는 것이 하나도 없고 엉망진창이다. 원래라면 내 성격에 아마 이러고 하루종일 살 지도 모르지만, 요행히 집 앞에 빨래방이 있어 세탁이 끝나면 거기서 건조기를 한 번 돌리고 가져와서 원위치를 시키면 될 테니 이 난장판은 길어도 두 시간 정도 안에는 정리될 예정인 게 그나마 퍽 다행이다 싶을 정도다.


그는 이 꼴을 본다면 도대체 왜 저러는지 이해를 하지 못할 것이다. 집구석에 폭탄이라도 하나 떨어진 듯이 이렇게 정신없이 널브러 놓고 그 와중에 글 같은 게 써지냐고, 그라면 분명히 그렇게 말할 것이다. 실제로 책상 위에 놓아둔 그의 사진 액자도, 고개만 들면 보이는 그의 초상화 액자도 어딘가 비난하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이 그렇게 느껴진다. 제발 지금이라도 청소기 좀 밀고, 저 온데 널어놓은 이불이며 베개 쿠션들 좀 제자리에 갖다 두면 안 되겠냐고 애원이라도 하는 듯이. 내가 다 정신이 없어서 못 살겠다고.


그러나 어림없다. 나는 지금 이불을 깔았다가 나중에 토퍼가 마르면 그걸 다 걷어내고 다시 까는 짓을 하느니 토퍼를 빨지 않는 것을 택하는, 하루에 두 번 청소기를 미는 것이 귀찮고 그러느니 지금 좀 정신 사나운 것을 택하겠다는 귀차니스트이기 때문에 말이다. 그러니까 이런 게 꼴 보기 싫었으면 그런 식으로 도망가면 안 되는 거였다. 남은 내가 어떻게 살 줄 알고 간도 크게 그런 짓을.


그냥, 그런 너스레라도 떨어 본다. 그가 있었다면 절대로 없었을, 난장판이 된 침실 풍경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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