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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Apr 20. 2023

오죽하면 그랬을까만

-372

간밤에 뒤척이다 조금 늦잠을 잤다. 어제는 그렇게 날씨가 좋아서 날씨가 좋다는 글까지 쓰게 만들더니 하루 사이에 거짓말처럼 찌푸린 하늘을 한참 올려다보다가 늘 하던 아침 정리를 마치고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그도 나도 이름 정도는 알던 한 아이돌 멤버의 슬픈 소식에 잠시 멍해져 있었다.


그가 떠난 후로 누군가의 부고 기사에 예민해졌다. 도대체 어쩌다가, 왜 그렇게 된 것인지 하는 걸 생각하고 뒤에 남겨진 사람들은 지금 어떤 기분일지를 생각한다. 꼭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일인지를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 아침의 그 뉴스는 내가 딱히 그 아이돌을 좋아하거나 하지도 않았음에도 참 마음이 아프고 심란하다. 그 어리고 좋은 나이에, 굳이 그런 선택을 했어야만 했는지. 얼마나 외롭고 힘들면 그런 선택을 했을지 하는 그런 것들에 대해서.


다른 것도 아니고 '사랑받는 것'이 직업이었던 사람이니 그에게는 얼마나 많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을까. 그러나 그 모든 사랑과 관심과 호의조차도 사람 하나를 이 세상에 붙들어 놓는 데 부족했던 모양이다. 얼마나 힘들면 그랬을까. 오죽 힘들면 그랬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그래도 아직 그렇게 어리고 젊은 나이에 조금만 더 견뎌 보지 그랬냐고, 그런 생각도 잠깐 한다. 떠나고 싶지 않아도 때가 되면 떠나야 하는 것이 사람인데, 뭐가 그렇게 급해서 그렇게 훌쩍 갔느냐고도.


역설적으로 생각한다. 지독하게 힘든 날 자리에 누워, 아 이대로 잠들어서 내일 아침에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 생각이 얼마나 나약하고 못된 것인지를.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 비해 그런 마음을 먹는 것 자체가 얼마나 못된 생각인지를. 나름 힘들어 죽을 것 같은 날 중얼거리곤 하는, 혼자만 그렇게 좋은 데 가서 꿀 빨지 말고 나도 좀 데려가라는 그 말도 듣기 따라서는 참 못된 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세상은 힘들고 우리의 힘으로 해낼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냥 멀쩡히 숨을 쉬고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냥 그런 생각을 한다.


아스트로 멤버 문빈 님의 명복을 빈다. 그곳에서는 아픔도 슬픔도 없이 행복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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