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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Apr 22. 2023

쉽지 않다

-374

점심때 무렵 외출할 일이 있었다. 마침 집에 밥도 없고 뭔가를 해 먹으러 꼼지락거리는 것도 더없이 귀찮게 느껴지던 참인지라 나가서 사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밥 중에 제일 맛있는 밥은 남의 손에 얻어먹는 밥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목적지 근처에는 맛집이라고 유명한 식당들이 꽤 요소요소에 분포해 있는 편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것들을 하나도 찾아보지 않고 그냥 나갔다. 그 근처에는 그와 몇 번 같이 갔던 텐동집이 있었다. 오늘은 그냥 그걸 먹으면 되겠다. 그런 마음에 기억도 가물가물한 길을 되짚어 찾아가 보니 가게 안은 공사 중이었다. 식당이 문을 닫은 것이다.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문을 연 식당이 5년을 버티는 확률은 20%밖에 안된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이 가게에 오지 않은 것이 최소한 1년은 넘었으니 그 사이에 있던 식당 하나가 없어지는 것쯤은 요즘 세상에 사실 그리 놀랍지도 않은 일이다.


어쨌든 시간이 되기 전에 밥은 먹어야 했고, 나는 근처를 배회하다가 그럴듯해 보이는 일본 라멘 가게에 들어갔다. 테이블 석이 없이, 빙 둘러 한 줄로 나란히 앉게 되어 있는 식으로 좌석이 배치된 가게였다. 꽤 잘 되는 가게인지 웨이팅도 있었지만 나는 혼자였고, 그래서 별로 기다리지 않고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예전 그와 함께였다면 나는 내 쪽의 낯선 사람만 신경 쓰면 되었겠지만 이젠 양 쪽에 앉은 사람 모두를 신경 써야 했다. 그렇게 나는 소유라멘 한 그릇을 겨우 먹고 붐비는 가게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못내 아쉬운 마음이 가시지 않아 아까 그 텐동집 근처를 다시 한번 기웃거렸다. 그만 떠나간 것이 아니라 그와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도 조금씩, 하나둘씩 그렇게 변해 가고 있는 모양이다.


그 텐동집에서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면 그와 종종 들르던 식빵 가게가 있다. 그 집마저 문을 닫았으면 어제 내 금요일은 한량없이 우울할 뻔도 했다. 다행히 그 식빵 가게는 성업 중이었고 나는 볼일을 마치고 들어올 때쯤 그 식빵 가게에 들러 슈크림 식빵과 소금빵 몇 개를 사서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텐동집 문 닫았더라. 문 연지 얼마나 됐다고. 장사가 잘 안 됐나. 그 집 나름 입소문도 탔고 그렇게 빨리 없어질 줄은 몰랐는데. 그런 말을 하면서, 새삼 다시 한번 입맛이 썼다.


변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인가 보다. 그런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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