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당신에게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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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우리 집에서 몇 발짝 떨어지지 않은 곳에 편의점이 있다. 그와 나는 그 편의점에서 다달이 원 플러스 원 행사상품으로 나오는 커피나 음료수를 사서 하나씩 마시는 걸 좋아했다. 가격이 싸기도 했지만 두 개가 한 짝인 뭔가를 사서 하나씩 먹는다는 그 행위 자체가 좋았던 것 같다. 가끔 교차 증정이 되는 음료수의 경우는 각각 다른 것으로 하나씩 골라서 맛을 본다는 핑계로 반만 먹고 바꾸어 먹기도 했었다. 내가 그의 부재를 실감하는 많은 순간 중의 하나는 편의점에 들렀다가 원 플러스 원 행사 음료수들을 무심히 지나치는-가끔은 일부러- 그 순간이기도 하다.


햄버거는 빵을 좋아했던 그와 내가 아주 즐겨 먹던 간식 중의 하나였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큰 길가에 패스트푸드점 하나가 있었는데 거기서는 매주 목요일마다 할인행사를 했다. 더러는 비싼 햄버거를 조금 싼 가격에 팔기도 했고 더러는 치킨버거나 새우버거 같은 적당한 햄버거를 원 플러스 원으로 팔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 그런 행사를 한다는 카톡을 보내오기도 했고, 그 카톡을 보고 일부러 나가서 햄버거를 사 와서 출출한 오후 시간 하나씩 나눠먹기도 했었다.


지난주 목요일에도 같은 내용의 카톡이 왔다. 그는 그 가게의 치킨버거를 좋아했다. 보통의 치킨버거에는 마요네즈 소스가 들어가는데 그 가게의 치킨버거에는 살짝 데리야키 소스 비슷한 맛이 나는 좀 색다른 소스가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그 카톡을 물끄러미 보다가 중얼거렸다. 오빠, 오늘 치킨버거 행사 한다는데 그거 사 와도 이젠 같이 먹을 사람이 없네. 햄버거는 보통의 빵과는 조금 다르다. 빵은 냉동실에 몰아넣고 하나씩 해동해서 먹으면 거의 원상태로 돌아오지만 햄버거는 그렇지 않다. 그 속에 든 고기 패티는 어지간해서는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 않고, 양상추니 토마토니 하는 채소들 또한 순식간에 축 늘어져 제 맛과 제 식감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러니 그 가게에서 얼마나 맛있는 햄버거를 원 플러스 원으로 팔든 내게 주어진 선택지는 둘 뿐이다. 두 개를 한꺼번에 다 먹거나, 아니면 아예 사 오지 않거나.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떠나간 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내가 편의점에 진열된 원 플러스 원 음료수들을 그냥 보기만 하고 지나치듯이.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 행사하는 햄버거를 사지 못하듯이. 같이 밥을 먹을 사람이 없어 대충 끓인 국에 밥 한 숟갈을 말아 식탁도 아닌 책상 위로 가져와서 먹고 치우듯이. 같이 보던 드라마들을, 예능들을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있듯이. 그 또한 그렇게 지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남겨진 나만 혼자인 것이 아니라 떠난 당신도 거기에선 혼자인 게 아닐까. 1 더하기 1은 2지만 1 빼기 1은 0인 것처럼. 그가 떠나간 후에 나 혼자 남은 게 아니라 아무것도 남지 않은 듯이 느껴지는 나의 이 시간들처럼.


당신도 거기서 지금의 나처럼 외로우면 어떡하지. 문득 그런 걱정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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