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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Apr 28. 2023

4월 엔딩

-380

이번 4월은 아주 끔찍한 달이었다. 적어도 그렇게 될 예정이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감도 안 잡히는 문제가 두 가지나 불거져 발목을 잡았고 나로서는 그 일들을 해결할 명시적인 방법도 대책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3월 31일 밤 잠자리에 누우면서는 내가 과연 살아서 이 4월을 지나갈 수 있을까를 심각하게 걱정했다. 그리고 그렇게 끔찍했던 4월은, 어제 그의 1주기를 끝으로 오늘이 거의 마지막 날이다. 물론 이틀이나 더 남긴 했지만 주말이니까. 주말이 좋은 이유 중의 하나는 잠시 시간이 멈춘 듯한 효과를 낸다는 것이니까. 물론 가끔 가다 예외도 있긴 하지만.


나를 괴롭히던 일 두 가지는 애매하다. 하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놓고 좋게 해결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둘 중에 좀 더 크고 중한 큰 일은 가까스로 시간만 좀 벌어놓은 상태인데 그 기한이 다 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건지를 생각하면 머리가 다 지끈거리는 느낌이다. 그래서, 4월이 거의 끝난 오늘 아침에 결산해 본 바 나의 사월은 2무인데 승에 가까운 1무와 패에 가까운 1무 정도가 있어서, 그야말로 쏘쏘하게 어찌어찌 버티고 지나갔다는 느낌이다.


작년 49제 때도 그랬지만 어제 그의 1주기도 나 혼자서 제사를 지냈다. 나 혼자 향도 피우고 술도 따르고 잘도 하고 음복도 했다. 아직도 제사를 지내는 차례가 익숙하지 않아 봉안당에서 준비해 주신 프린트를 하나하나 봐 가면서 더없이 서투르고 어색하게 제사를 지냈다. 그리고 모니터로 띄워진 그의 사진 앞에 엎드려서 한참이나 빌었다. 이렇게 될 줄 모르고, 이렇게 빨리 헤어질 줄 모르고 당신에게 무심했고 무신경했던 나를 용서해 달라고. 나는 아주 시간이 많은 줄만 알았다고. 그래서 지금이 아니라 언제라도, 다른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기만 한 날도 올 줄로만 알았다고. 그게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정말로 면목없지만 한평생 믿고 살던 당신을 떠나보내고 요즘 너무 힘들다고, 거기서라도 날 좀 지켜달라고.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간만에 눈물이 터져 조금 울었다. 그러지까지 않을 수는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나 막막하던 4월도 이럭저럭 살아서 오늘까지 왔으니 다음 달도, 그다음 달도, 이런 식으로, 살얼음 딛듯 한 발 한 발 살아나갈 수 있기를. 내게 남은 날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그 나날들이 내내 평화롭고 행복하기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나날일지라도 부디 꺾이지 않고, 울면서라도, 한숨 쉬면서라도 살아나갈 용기가 내게 있기를. 오직 그것 한 가지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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