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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May 09. 2023

필요할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을 2

-391

나라는 인간이 얼마나 뻔한 인간인지는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제목을 정할 때마다 느낀다. 이거 어쩐지 괜찮은 제목인데, 하는 생각이 들어 혹시나 하고 검색해 보면 수개월 전에 같은 제목을 쓴 적이 반드시 있어서 내가 그럼 그렇지 하고 저도 모르게 혀를 차게 된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제목은 쓴 지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그게 벌써 근 한 달 전이어서, 시간이 참 빨리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제는 내가 그렇게나 싫어하는 월요일답게 멘붕과 더한 멘붕의 연속이었다. 어젯밤 열 시도 넘어서까지 나는 정신을 못 차리고 여기저기 쓸려 다니며 휘청거렸다. 그리고 아 정말 이러다 큰일 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절망할 기운조차 없어서, 책상 위에 올려놓은 그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거 진짜 이렇게 내 손을 떠나버리는 거냐고, 나 진짜 어떡하면 좋냐고 그런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그러고 있을 때, 누가 옆에서 귀띔이라도 해 준 것처럼 한 가지 방법이 생각났다.


물론 이 방법을 시행하는 데는 여러 가지 무리수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시간을 너무 많이 까먹어버렸다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늘 그렇듯 내가 하고자 하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상황과 여건이 나를 얼마나 용납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어제 떠오른 그 방법이 정말 나를 이 불구덩이에서 건져줄 동아줄이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희망 고문이 될지는 오늘 아침에 여기저기 불이 나게 전화를 해 봐야만 알 수 있다.


다만, 그랬다. 그와 함께 살아온 지난 20여 년이 내내 이런 식이었다. 우리는 무슨 일을 해도 쉽게 이루지 못했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에 발목을 잡히고, 어긋나고, 틀어지고, 그래서 속이 뒤집어지기를 몇 번을 반복하다가, 결국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받아 들곤 했었다. 이번에도 그런 루틴의 일환이기를 간절히 기도해 볼 뿐이다. 지금껏 늘 그래왔으니, 이번에도 그렇지 않을까 하고. 그리고 이 일이 정말로, 지난번 그 일을 감쪽같이 마무리해 준 그의 귀띔이라면 이번에도 어딘가에서 그가 나를 도와주지 않을까 하고.


나는 기원의 힘을 믿는다. 특히나, 생기는 것도 없고 일면식도 없는 사이에 누군가의 행복과 안녕을 비는 일이 생긴다면 그 선의야말로 순수하고 힘이 셀 것을 믿는다. 그래서 오늘은 감히,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께 부탁드리려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의지할 그늘마저 잃고 혼자 이 풍진 세상에 떨어진 어떤 사람에게 닥친 이 이려움이 잘 풀려나갔으면 좋겠다 하고 한 번이라도 생각해 주시기를. 그러면 그 마음들이 나에게 알 수 없는 불가사의한 행운을 가져다줄 거라고 믿기에.


이번 일이 지나가면 아마 나는 조금은 더 어른이 되겠지. 그리고 조금은 더 단단해지겠지. 말갛게 갠 창문 너머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은 그런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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