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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May 18. 2023

익숙해지기

-400

우리나라 사람 상당수가 사용하고 있을 포털 사이트 하나가 메인 화면을 리뉴얼한 모양이다. 정확히 뭐가 바뀐 건지는 모르겠으나 뭔가가 좀 낯설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오늘 아침에 메일 확인도 할 겸 로그인해 보니 전체적인 UI 배치가 바뀌었다. 덕분에 쓰기 좋도록 이것저것 만져놓았던 설정들이 전부 다 날아가 버려서, 또 한동안은 꽤나 버벅거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처음엔 대뜸 짜증부터 냈다. 이런 거 할 시간 있으면 보안이나 좀 신경 쓰지. 메일 필터링 기능이나 좀 개선하지. 검색엔진 성능도 썩 좋지도 않은 것 같던데 그거나 좀 업그레이드하지. 이런 게 제일 눈에 띄고 표가 나니까, 우리가 정체되어 있지 않고 이러저러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라고 면피라도 하겠다는 속셈이냐고, 나는 아침 내내 그렇게 투덜거리고 있는 중이다. 물론 그 정도 되는 서비스에서 사이트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메인 화면을 바꾸기까지 하는 데는 얼마나 많은 숙고를 거쳤을 것이며 얼마나 많은 내부적인 테스트를 했을지 비슷한 업계에 몸담아본 적이 있는 사람으로서 모르는 바는 아니면서도,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마우스를 움직이는 감만으로도 탁탁 찾아갈 수 있던 몇몇 서비스들을 이젠 한참을 더듬거려야 찾아갈 수 있게 된 그 잠깐의 불편함을 못 이기고. 사람이 참 이렇게 얄팍하고 간사하구나. 뭐 그런 생각을 한다.


어쨌거나 일개 이용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또 바뀐 서비스의 구성에 이렇게 저렇게 빨리 적응하는 것뿐이다. 또 그렇게 적응해서 쓰다 보면 아 이런 점은 참 잘 개선했다고, 전에 그건 불편해서 어떻게 썼지 하고 생각하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사람의 인생이란 늘 그런 식으로, 익숙하지 않은 것을 맞닥뜨려서 한동안 투덜거리고 불편해하다가 그것에 적응하고 익숙해지고, 다시 낯설어지고를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처음 그를 떠나보내고 혼자 잠드는 것이 낯설고 어색해 아침 여섯 시도 되기 전에 잠에서 깨던 내가 이젠 여덟 시까지 늦잠을 자고 간신히 일어나는 날이 하루하루 늘어가듯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어 창을 눌러보고, 거기에 아직도 '설향 딸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에 감사한다. 다른 건 다 손대도 좋으니까, 이 기록 하나만은 제발 할 수 있는 한 오래갔으면 좋겠다. 새것도 좋고 익숙해지는 것도 좋지만, 이 검색어가 사라져 버리면 그때는 정말로 좀 많이 슬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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