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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May 19. 2023

익숙해지기 2

-401

어제 브런치에 쓴 모 포털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 개선은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꽤 여기저기서 화제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쓰는 사람이 많은 서비스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그중에서 내 눈을 끈 것은 트위터에 올라온 어떤 평가였다. 전반적으로 글씨가 커지고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아이콘이 늘어난 것으로 보아 주력 사용자층의 연령이 올라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뜨끔했다. 하긴, 검색엔진이라고 하면 지금은 남아있지조차 않은 야후가 꽉 잡고 있던 시절, 그때의 그 사이트는 정말 쓰는 사람이나 쓰는 대수롭지 않은 사이트였다. 탐험가들이 쓰는 모자 양 쪽으로 손바닥만 한 작은 날개가 달린 그 로고 지금은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던 내가 이렇게 나이를 먹었으니 그 시절 나와 함께 인터넷을 쓰던 사람들도 다 같이 나이를 먹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번 개편은 나와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을 배려한 나름의 개편이라는 뜻이 되는 건가.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 글에 대한 재미있는 반박이 있었다. 나이 든 사람들은 변하는 거 싫어합니다. 당장 저희 회사만 해도 다들 왜 지들 멋대로 이렇게 바꿔놓냐고, 메일은 어디 가서 보는지 일정은 어디 가서 보는지 헷갈려 죽겠다고 난리들이에요. 아. 이쯤에서는 '뜨끔' 정도가 아니라 시쳇말로 '뼈를 맞은' 듯한 통증이 있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딱 내가 어제분 브런치에 구구절절 써놓은 그 말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딱 저 말이 아닌가. '왜 내가 애써 커스텀해 놓은 내 설정을 니들 멋대로 뒤엎고 초기화를 시켜놓느냐'는 불평. 그거야말로 어제 그 사이트에 메일확인이든 일정체크든을 하러 들어갈 때마다 내가 했던 거였다.


그래서 느꼈다. 아, 나도 나이 들었고, 나도 꼰대가 돼 가고 있구나.


변하는 게, 달라지는 게 필요 이상으로 싫고 두려운 건 아닌지, 뭐 그런 생각을 해 본다. 나는 원래도 성격상 변화를 싫어하는 약간 겁 많은 성격이었고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떠나고 난 후로는 더욱 그렇게 되었다. 하지만 그게 일시적인 건지, 아니면 나이를 먹다 보니 내가 아는 것 이외의 것은 전부 싫다는 아집이 생긴 건지는 조금 생각해봐야 할 문제 같다.


나일 먹지 않는 것이 내 꿈이었지. 마흔이 되어서도 청바질 입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싶었거든. 그가 좋아하던 이승환의 노래 중이 이런 가사가 나오는 노래가 있다. 이 가사대로, 그는 나이를 먹어도 청바지를 입었고 요즘 애들은 운운, 우리 때는 운운, 그런 말은 의식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살았다. 메일을 읽으러 들어갈 때마다 이런 시키지도 않는 개편은 왜 하는 거냐고 투덜거리는 건 잠시 접어둬야겠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왜 벌써부터 꼰대질이냐고, 그에게서 그런 말을 들을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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