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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May 28. 2023

살은 굶어야 빠진다는데 2

-410

요즘 내 몸무게는 가장 많이 빠졌을 때 기준 되레 2킬로 내지 3킬로그램 정도 불어난 지점에 머물러 있다. 운동량은 줄지 않았고, 오히려 얼마 전부터는 너무 루틴에 익숙해진 감이 없지 않아 조금 늘렸는데도 그렇다. 다른 이유는 없다. 내가 요즘 먹는 것을 거의 조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이젠 도대체 무슨 일이신지 궁금하다'는 어느 댓글 주신 독자님의 말씀대로 나는 지금 몇 달째 모종의 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이 브런치 지면을 통해 호소 중인데, 그 와중에 먹는 것 가지고까지 추가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아 요즘은 시간 가리지 않고 견딜 수 없는 공복감이 밀려오면 그냥 뭐라도 먹어버린다. 되레 몇 킬로그램쯤이 늘어난 체중은 아마 그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난 죽어도 다이어트 하겠다고 몇 시 이후엔 뭐 안 먹고, 한 끼에 얼마 이상은 안 먹고, 그런 거 못한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엔 사실은 지금도 큰 변화는 없다. 그러느니, 그냥 땡기는 만큼 먹고 그만큼 열심히 운동하면 되지 않느냐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긴 한다. 그러나 겪어본 결과 효율 차이가 너무 난다. 실제로 요 한 며칠 급한 일정을 맞추느라 배고플 짬도 없이 열심히 일하고 그러느라 녹초가 된 몸으로 배고프다는 생각 같은 것은 할 겨를도 없이 잠자리에 들었더니 몸무게가 귀신같이 줄어들어서 요 근래 두세 달 중 최저를 기록했다. 이쯤 되면 이건 뭐가 쉽고 뭐가 어렵고의 문제가 이미 아닌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조금 든다. 막말로 지금 하는 운동 같은 거 안 해도, 정말 점심 한 끼만 먹고 다른 걸 일절 안 먹고 살 수만 있으면 살은 빠지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뭐 물론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다. 이제 와서 아이돌 데뷔조를 뽑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라도 나갈 것도 아니고, 44 사이즈까지 다이어트를 해서 손바닥만 한 작고 예쁜 옷을 입을 생각도 없다. 나는 이미 앞자리가 두 번 바뀔 정도로 살을 뺐고, 이 정도로도 크게 나쁘진 않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미 작년에 급하게 산 옷들 중 몇 벌은 커져서 좀 심하게 오버핏이 되었다. 그러니 여기서 새삼스레 살을 더 빼겠다고 식단을 더 무리하게 조절한다거나 하는 욕심을 부릴 생각은 별로 없다. 그러나 소위 '왕도'라고 하는 운동에 비해 '꼼수'라고 생각되는(꼭 그렇지만은 않을지도 모르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먹을 걸 안 먹는 방법이 더 살을 빼는 데 효율이 좋다는 사실은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글을 쓰는 동안도 켜 둔 텔레비전에서는 허리가 한 줌이나 되나 싶은 아이돌들이 음료 광고를 하고 있다. 저 친구들은 저 몸매를 유지하려면 정말 물 말고는 아무것도 먹으면 안 되겠구나. 그런 생각을 새삼스럽게 한다. 세상엔 정말 쉬운 일이 없다. 내 살 내가 빼는 것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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