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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Jun 04. 2023

다들 참, 먹으려고 사는구나 3

-417

브런치 조회수며 구독자 수에 딱히 큰 미련은 없다. 혼자 떠는 청승의 기록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이곳의 조각글들로 뭔가 거창한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 편이다. 그냥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전시 정도에 불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아주 가끔, 내 글을 읽고 주위를 한 번 둘러보게 되셨다거나 나조차 아직은 실행에 옮기지 못한 블루 데이지 화분을 들이셨다는 독자님의 댓글을 읽고 조금 흐뭇해지는 그 정도가 딱 적정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 와중에 지난달은 잊을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조회수 대란 한 번 없이 아주 조용하게 지나갔다. 생각건대 내가 현생에 닥친 일로 워낙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내내 징징대기만 했기 때문이 아닌가도 싶다. 그 역시도 원래 그러려고 쓰기 시작한 브런치이니 별다른 감흥은 없지만, 다만 기껏 귀한 시간을 내 읽어주러 오신 분들에게 불유쾌한 기억만 한 달 내내 드린 것은 아닌가 해서 조금 언짢아지긴 한다. 딱 그 정도의 감상이다.


그리고 어제, 간만에 핸드폰 알람이 좀 바빴다. 무슨 일인가 하고 봤더니, 아 오늘 먹는 이야기 썼구나 하는 생각에 피식 웃고 말았다. '라면이 질릴 때'라니. 의도하고 단 제목은 아니라지만 이것 참 내가 봐도 혹하지 않을 수 없는 제목이다. 그래서 실감한다. 아 또 본의 아닌 낚시질을 했구나 하고.


이 손바닥만 한 브런치를 1년 넘게 꾸려가면서 조회수 대란이 터졌던 날은 대개가 먹는 이야기 쓴 날들이었다. 소금빵 이야기, 유통기한이 지난 버터 이야기, 초계국수 이야기, 1인분의 밥 이야기, 꼬다리 김밥 이야기 등등 언뜻 생각나는 것 족족 죄다 그렇다. 그래서 다시 한번 실감한다. 참 다들 먹는 것 좋아하고 먹으려고들 사는 거 맞구나 하고. 물론 그러는 나조차도 인터넷에 제일 많이 검색해 보는 게 먹는 거지만.


오늘 뭘 먹을지, 좀 더 정확히는 뭘 먹게 될지가 기대되고 기다려지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의 내게 밥이란 그지없이 귀찮아서 왜 사람이 달을 지나 화성에까지 가느니 마느니 하는 이런 시절에 하나만 먹으면 밥 안 먹어도 되는 알약 같은 건 못 만드는지를 궁금해하게 하는 그런 것일 뿐이다. 나는 이런 식으로 삶의 큰 즐거움 하나를 잃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고작 라면 끓여 먹다 질린 이야기를 뚝딱뚝딱 쓴 글을 9천 명도 넘는 사람이 읽은 것을 보면서.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뭣보다 그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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