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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Jun 05. 2023

죽고 싶지만 ***는 먹고 싶어

-418

다른 분이 쓰신 글 제목으로 낚시하는 것은 자중해야 할 것 같아 특정 단어에 숨김 표시를 달았다.


가끔 서점에 간다. 가서 굳이 책을 사지 않아도 좋다. 나와 있는 책들을 구경하고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많은 힐링이 된다. 표지가 예쁜 책, 잡아보는 손맛이 좋은 책, 귀여운 책, 멋있는 책, 그런 것들에 눈이 팔려 정신줄을 놓고 있다 보면 잠시 나를 괴롭히는 현생의 문제들을 잊게 된다. 신선 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말은 아마 이런 상태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항목 중에 '제목'이 있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글을 쓸 때 가장 어려운 건 제목을 정하는 일이다. 제목은 글의 모든 것을 보여줘서도 안되지만 영 엉뚱한 곳에 붙어 있어서도 안된다. 적당히 사람의 눈을 끌어야 하지만 또 너무 낚시여서도 곤란하다. 이런 항목들을 전부 갖춘 세련된 제목을 짓는 건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서점에 갈 때마다 책의 제목들을 유심히 본다.


그리고 그렇게 보고 정말로 기억에 남는 제목 중에 오늘의 글 제목으로 사용한 저 책의 제목도 있다.


대번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갔다. 사람을 이 세상에 붙잡아두는 건 의외로 아주 단순한 것들이다. 떡볶이가 먹고 싶다든가. 프랜차이즈 카페의 계절 음료를 먹어보고 싶다든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다음 달에 컴백하니 그 무대를 봐야겠다든가. 죽을 때 죽더라도 그전에 여름휴가를 기깔나게 다녀와야겠다든가. 세상을 구해야겠다는 거창한 신념도, 세상의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원대한 포부도 아니다. 결국 사람을 살게 하는 건 이런 작고 사소한 욕구들이다. 아마 저 책도 읽어보진 못했지만 그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상황은 뻔하디 뻔한데 내가 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은 좁고, 난 도대체 어떻게 되려는 걸까 하는 생각에 누가 목이라도 조르는 듯 갑갑하게 여겨지는 순간이 있다. 나 사는 거 너무 힘드니까 그냥 거기 그러고 있지 말고 제발 와서 나 좀 데려가라는 하소연을 그의 사진에 대고 하게 되는 순간도 있다. 뭐든, 나를 여기 붙잡아놓을 실낱 같은 재미라도 찾아야겠다고, 그런 생각을 한다. 집 근처에 로제 떡볶이를 맛있게 하는 집이든, 텔레비전에서 얼굴만 봐도 좋은 연예인이든, 결과가 기대되는 공모전이든 뭐든 간에. 그런 끄나풀 하나 없이 버티기에는 올해 내 봄은 많이 길고, 힘들다.


그에게는 그런 것이 있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내가 참 무심했었다는 생각도 한 번 더 한다. 새삼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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