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당신에게

먼지가 들어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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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그는 뭔가를 쓸고 닦는 것에 언제나 진심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에어컨을 틀기 위해 창문을 닫아야만 하는 한여름 두어 달과 추워서 환기할 때 외에는 창문을 열지 않는 늦가을부터 겨울 서너 달을 제외한 1년의 절반 정도를 틈만 나면 책상이라든가 집안 여기저기를 닦으며 '이 망할 놈의 미세먼지'를 욕하는 데 보냈다. 사시사철 에어컨을 틀어놓고 창문을 닫고 살 순 없고, 그렇다고 창문을 열어놓으면 먼지가 미친 듯이 들어오고,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며 그는 거의 아침마다 짜증을 냈다. 그래서 사실 우리 집의 에어컨 켜는 시기는 남들보다 1, 2주 정도가 빠른 편이기도 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서, 그리고 그 봄이 가고 이제 슬슬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나는 비 오는 날이 아니라면 하루 종일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산다. 이는 더위와 먼지 둘 중 어느 편이 더 나쁜지 매번 갈팡질팡하던 그에 비해 나의 기호로는 아주 확고하게 먼지보다는 더위 쪽이 견디기 어렵기 때문에 가능하다. 먼지야 적당히 모르는 척할 수 있고 보이는 데만 적당히 닦으면 되지만(요컨대 그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더운 건 에어컨을 켜는 것 말고는 피해 갈 방법도 없고, 올해 전기료가 얼마가 오르느니 마느니 하는 말이 벌써부터 심란하게 하는 와중에 내게는 다른 선택지란 별로 있을 수가 없다.


가끔 손이 잘 닿지 않는 책장 위라든가, 건드린 지 오래된 물건 위에 뽀얗게 먼지가 쌓여있는 것이 눈에 띌 때가 있다. 그가 있었을 때는 어림도 없었을 일이다. 아니, 그렇지까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먼지란 어느 정도는 자연발생하는 것이어서 창문을 사시사철 꼭꼭 닫아놓고 산다고 해도 먼지란 어느 정도는 쌓이게 마련이니까. 그러나 그가 있던 때라면 이렇게 먼지가 '많이' 쌓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소한 그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나는 더운 걸 못 참아서 창문을 하루 종일 있는 대로 열어놓고 사는 주제에 집안 여기저기 쌓인 먼지를 돌아다니며 털어내고 닦아낼 정도의 뒷손도 정성도 없는 인간이기 때문에.


뭐 어쩌겠냐. 가끔 이건 정말 너무 심했다 싶은 부분의 먼지만을 적당히 닦아내며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 애면글면 집안 곳곳을 쓸고 닦던 사람은 이젠 없고 이 집안 관리는 이제 내가 하니, 너희들도 조금 불편하고 힘들겠지만 이런 나를 참고 견디라고. 나 또한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집안이 깨끗하고 알아서 맛있는 밥이 나오고 알아서 철 따라 이불의 침구가 바뀌는 시절을 이제는 떠나보내고 그 부재를 견디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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