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당신에게

그 많던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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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그와 함께 자주 마실을 가던 곳 중에 동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었다. 집 가까운 곳에 하나, 조금 더 걸어 내려가서 하나, 조금 더 내려가서 하나 해서 총 세 군데가 있었다. 다 그것이 그것 같아 보이는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였지만 가게마다 조금씩 특색이 있었다. 가장 가까운 곳에는 아이스크림 말고도 소소한 과자들을 갖춰놓은 구색이 많았고 중간쯤에 있는 가게는 요즘 어디에나 있는 키 오스크가 아니라 주인아주머니가 직접 계산을 해 주셨으며 제일 멀리 있는 가게에는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많이 들어와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이 집에 갔다가 저 집에 갔다가 하면서 여름 내내 아이스크림을 사다 놓고 먹곤 했다.


그러던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세 군데는, 그가 떠난 후 1년 만에 차례로 자취를 감췄다. 가장 먼저 문을 닫은 곳은 중간쯤에 있던 가게였고, 이 집은 사실 그가 떠나기 전에 이미 없어졌다. 그가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가깝던 가게가 없어지고 그 자리에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생겼다. 그리고 얼마 전에 가장 멀리 있던 가게가 없어지고 치킨집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나는 그와의 흔적이 또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물끄러미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푹하니 날씨가 더워진 주말이었다. 더워서, 기분 전환도 할 겸 아이스크림이라도 사다 먹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이제 적당히 걸어서 갈 만한 반경 안에는 더 이상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없구나 하는 실감이 들어 씁쓸해졌다. 그래서 결국 집 앞 편의점에 가서 한참이나 고르고 고른 끝에 콘 아이스크림을 두어 개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놓고 하나씩 먹는 것으로 만족했다.


생각해 보면 늘 이런 식이다. 뭔가가 유행해서 저거 요즘 왜 저렇게 유행인가 싶을 만큼 많이 생기다가, 또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리는 것들은. 요즘 어딜 가나 있는 그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왜 그 사람 없고 아이스크림 같은 거 파는 가게들 되게 많이 생기지 않았었어? 근데 요즘 그런 거 다 없어졌지? 하는 대화들이 오가게 되지 않을까. 대왕 카스테라처럼. 인형 뽑기방처럼. 그리고 지금은 기억도 채 나지 않는 그 많고 많은 유사한 가게들처럼.


사실 그런 가게들이 아이스크림을 마냥 싸게만 팔았던 것도 아니었다.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편의점에서 사는 거나 큰 차이가 없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도 초등학생 시절로 돌아간 기분으로, 아이스크림 냉장고를 한참이나 뒤져 보물찾기 하듯 아이스크림을 찾아내는 맛이 있었었는데. 편의점의 정갈한 아이스크림 냉장고에는 그럴 수가 없어서, 그건 조금 아쉽다. 아니, 그런 건 그냥 다 핑계일지도 모른다. 같이 아이스크림을 사러 갈 사람이 이젠 없어서 그런 것뿐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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