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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나는 유지방이 좀 들어간 타입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청량한 맛은 좀 떨어지지만 특유의 부들부들한 식감도 좋고 입 속에 녹을 떼 부드러운 맛도 좋아했다. 그는 오히려 좀 직관적인 맛이 나는, 아삭아삭 깨물어 먹을 수 있는 타입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둘 다 콘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름 내낸 아이스크림을 사다 먹으면서도 콘은 구색 비슷하게 한두 번이나 사다 먹을까 굳이 많이 사지는 않았다. 둘 중 누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 데다가 다른 아이스크림들보다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이었다.
요즘 그랬던 콘 아이스크림을 몇 개씩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놓고 하루에 한 개씩 먹고 있다.
이번 주 뜻없이 조회수 대란이 터진 그 포스팅에서도 썼지만 이제 우리 집 근방에는 걸어서 갈 만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는 전멸했고 아이스크림은 편의점에서 사다 먹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여름이 되면 으레 붙는 무엇과 무엇이 원 플러스 원, 무엇과 무엇이 투 플러스 원, 무엇을 다섯 개 사면 개당 얼마 하는 내용을 쭉 보다가 아니 그래서 콘 하나에 얼마라는 거야, 하고 짜증을 내다가 그냥 내키는 대로 서너 개를 집어 계산을 하러 갔다. 이거 다섯 개 사시면 개당 1100원이라는 아르바이트하는 학생의 말에 아 그래요 하는 대꾸를 해놓고 한 개를 더 집어왔다. 아이스크림 콘 다섯 개에 5500원이면 싼 건가? 솔직히 그렇다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지만 정가가 11000원이라는 데서 일단 한 번 할 말을 잃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예전 무인 가게에서도 콘은 그 정도에 팔았던 것 같던 기억에 두 번 할 말을 잃는다.
무튼 그래서, 마음만은 부자가 된 기분으로 냉동실 안에 쟁여 놓은 아이스크림 콘 하나를 꺼내 한참 처지고 나른한 서너 시쯤에 하나를 먹는 것으로 가벼운 리프레시를 한다.
내가 콘을 싫어하는 이유 중에는 먹기가 번거롭다는 것도 있었다. 종이를 까다가 잘못 찢어져 먹는 부분을 다 가리기가 십상이고, 그걸 어떻게 해보려다가 녹아서 흘러내리고 손에 묻고 하는 것이 싫어서 안 사 먹고 만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요즘 콘은 포장이 어찌나 잘 나오는지, 종이를 뜯을 수 있는 부분도 두 번에 걸쳐 점선 처리를 해 놓아서 아주 깔끔하게 종이를 뜯어내고 먹을 수 있게끔 되어 있었다. 그렇게 후덥지근하고 멍한 오후가 되면 나는 아이스크림 하나를 우적우적 씹으면서 책상 위에 놓인 그의 사진을 바라본다. 거긴 어떠냐고. 여긴 벌써 날씨가 더워서 이렇게 아이스크림을 사다 재놓고 먹고 있다고. 다섯 개에 5천 원이면 뭐 엄청 싸게 판다는 식으로 광고하는데 난 솔직히 별로 싸다는 생각이 안 든다고.
그러고 보니 그렇다. 예전 그가 있었을 때였으면 5천 원을 주고 다섯 개를 사 봤자 이틀이면 끝이고, 그나마 한 개는 짝이 맞지 않아 네가 먹느니 내가 먹느니 하고 있었겠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 내 삶이 꼭 그만큼이나 헐거워졌구나. 그런 생각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