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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줄창 틀어놓는 예능 채널 몇 군데에서 유독 자주 방송되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라는 변호사님이 진행하는 블랙박스 영상 리뷰 프로그램이다. 나는 사실 이 프로그램을 썩 좋아하진 않는데, 일단 찍힌 영상들이 죄다들 너무 무섭기 때문이고 그 끔찍한 사고에 대한 처벌이 너무나도 어이없게 나는 경우가 많아서 보고 있자면 복장이 터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자주 방송되는 터라 나도 모르게 보게 된다.
어제 방송분에 나온 영상은 그런 내용이었다. 한 중년 부부가 오랜만에 여행을 가서 새벽 고속도로를 아무런 법규 위반 없이 편안하게 달리고 있었는데 그 차를 만취한 차 한 대가 뒤에서 쫓아와 들이받고는 15분가량을 도주했다가 되돌아와 뒤늦게 경찰에 신고했다. 이 일로 부인은 즉사, 남편은 영구적 하반신 장애를 얻게 되었다. 나를 정말로 마음 아프게 한 건 사고 당시의 상황이 아니라 불과 몇 분 뒤에 자신들에게 일어날 일 따위는 꿈에도 모른 채 어느 집 순댓국이 맛있다는데 그걸 먹으러 갈까 하는 지극히 평범한 대화를 나누던 피해자들의 녹음된 목소리였다. 정말 여기서 울컥 눈물이 났다.
졸지에 어머니를 잃은 피해자의 아들은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했다. 사고가 나기 전 어머니를 만난 마지막은, 어머니가 아들 먹으라고 이런저런 반찬을 잔뜩 싸 주면서 이제 다 큰 녀석에게 뭘 그렇게까지 해주느냐는 아버지를 향해 아들이 나이가 40을 먹든 50을 먹든 엄마 눈에는 언제까지나 애기인 법이야, 하고 말씀하시던 모습이었다고. 그리고 덧붙였다. 아, 그때가 마지막일 줄 알았더라면 우리 엄마 한 번 안아라도 볼 걸 그랬다고. 그 말을 채 끝맺지 못하고 그분은 눈물을 흘렸다.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냥 그 마음이 어떤 건지 너무나 잘 알아서.
그날이 마지막인 줄 알았더라면 나는 작년 4월 6일을 어떻게 보냈을까. 그러나 내 생각은 언제나 이쯤에서 그친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파서 나는 그 이상 아무것도 상상하지 못한다. 한 번 안아라도 볼 걸. 그런 구체적인 생각 같은 건 떠올리지도 못한다. 그래서 그저 그나마 다행이라고만 생각한다. 그가 어디 내가 모르는 곳에서, 사고라든가 혹은 기타 여러 생각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일로 그렇게 먼저 떠나지 않은 것만을. 그래도 본인이 가장 편안하게 생각했을, 우리 집 우리 침대 위에서 그렇게 떠난 것을. 그래도 내가 마지막까지 그의 곁에 함께 있었음을. 위로를 삼기에는 너무나 보잘것없는 사실이지만, 아무튼.
대개 마지막은 예고 같은 걸 하지 않는다. 슬프지만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