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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라는 것은 공식적으로는 해가 지고 난 후로도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밤을 말한다고 한다. 그 기준에 의하면 요즘은 열대야까지는 아니고, 그 기준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나고 있다. 왜 이렇게 더워, 하고 핸드폰의 온도를 확인해 보면 대개 온도는 23도에서 24도 정도를 가리키고 있어서 열대야의 조건에는 아주 조금 못 미친다. 그러나 그 불쾌감의 정도는 뭐 이미 열대야에 접어든 것 같은 착각을 안겨 준다.
그런 날씨에다가, 요즘 나를 괴롭히는 이런저런 잡스러운 생각들 때문에 요즘 나는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새벽 두 시가 넘어서까지 뒤척일 때가 많고, 어렵사리 든 잠도 두어 시간에 한 번씩 깨곤 한다. 취침등이며 텔레비전을 다 꺼도 그런 걸 보니 좀 심각한가 하는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다. 덕분에 요즘 내 기상시간은 당초보다 한 시간 가까이 늦어졌다. 그래서 아침에 해야 할 일을 하고 글 한 줄을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도 야금야금 느려지고 있다. 뭐 그러고 있던 참이었다.
어젯밤은 좀 정도가 심했다. 두어 시간도 아닌 한 시간 간격으로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여섯 시 반쯤에는 짜증이 벌컥 났다. 몰라. 남들처럼 출근해야 될 회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밥 해 먹이고 출근시켜야 될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눈 떠질 때까지 자야지. 그렇게 나름 독하게 마음을 먹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좀 잤다고 생각했다. 눈을 떠 핸드폰을 켜보니 시간이 아홉 시도 한참 지난 시간이었다.
아, 너무 잤다. 나는 그제야 부리나케 일어났다. 날이 더워져 이젠 이불도 좀 바꿔야겠다 싶어 꺼내놓은 여름 침구를 깔고 이런저런 간단한 청소를 하고 나니 시간이 10시도 훌쩍 넘어 있었다. 다행히 자고 있던 사이 온 급한 연락 같은 것은 없었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내가 아홉 시도 넘어 일어난 건 그가 떠나간 후 처음이라는 것을.
요즘 내 생활은 많이 예전(그러니까, 그와 함께 지내던 시절)과 비슷해졌다. 하는 일이 밀리거나 뭔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한 날은 새벽 두 시 넘게까지 자리에 눕지 않을 때도 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머릿속을 휘젓는 온갖 걱정과 상념 때문에 그 시간까지 잠을 못 들기도 한다. 게다가 요즘은 날씨가 더워서 잠이 잘 오지 않고, 기껏 든 잠도 너무 쉽게 깨 버린다. 그런 핑계로, 나는 한동안 여섯 시 넘어까지 침대에 누워있기가 버겁던 그 시절이 언젠가 싶을 만큼 요즘 많이 게을러졌다. 그러다가 급기야는 오늘은 아홉 시를 넘겼다. 출근할 회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밥 먹여 출근시킬 사람이 잇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서 나 따위가 아홉 시 조금 넘어 일어난 일이 뭐 그리 크게 문제가 될까만은, 어쩐지 그에게 미안한 생각에 자리에 앉아 한참 동안 그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 정말, 너무 빨리 괜찮아지고 있는 게 아닐까. 나 너무 빨리 멀쩡해지고 있는 게 아닐까. 혹시 당신은, 이런 내가 섭섭하고 서운하지는 않을까. 그렇게 생각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