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예전에 썼던 글들을 무작위로 찍어서 읽어보다가 때아닌 오타에 당황할 때가 있다. 아니, 그럼 이 글이 발행되고 며칠(심지어 몇주 혹은 몇달) 동안 이 글을 보신 수백 명의 분들이 이 오타를 보셨다는 거잖아. 당황해서 얼른 수정버튼을 누르고 오타를 고친다. 물론 때늦은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을 뿐이긴 하지만.
글일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오타는 곰팡이와 같다'는 핑계 비슷한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저절로 생긴다'는 것이다. 내 글을 쓸 때도 느끼고 남의 글을 교정이나 윤문힐 때도 느끼는 것이지만, 오타는 정말 쓴 사람 눈에는 죽어도 띄지 않는다. 특히 그 글이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내 컴퓨터의 하드에 잠들어 있는 동안은 글자 크기를 150% 정도로 키워놓고 두 번 세 번 읽어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고 꺼내 놓으면 장마철 습기찬 벽에 곰팡이가 피듯이 슬그머니 오타가 드러난다. 정말 단 한 번의 예외도 없다. 심지어 워드나 한글에 미리 글을 썼다가 올리는 것도 아니고 글쓰기 작성 폼에서 바로 글을 쓰는 브런치 글들이야 말할 필요조차도 없는 건지도 모른다.
글을 다 쓰고 나면 올릴 사진을 첨부하고, 마지막으로 맞춤법 검사를 꼭 돌린다. 그리고 뭔가가 다소 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맞춤법 검사 툴에서 제시해주는 대치어로 되도록이면 수정하는 편이다. 그렇다 몇 번을 보고 올려도 오타는 어김없이 있다. 오늘 아침에는 '해야 한다'라는 문구가 '헤야 한다'로 적혀 있는 부분을 발견하고 기겁을 해 고치고 오는 중이다. 아니, 백번 양보해서 저런 것 정도는 맞춤법 툴이 좀 잡아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무겁다'를 '무섭다'로 쓰는 것 같은 경우는 오타가 난 단어도 우연히 말이 되는 경우니 못 잡아낼 수도 있겠지만 '해야 한다'를 '헤야 한다'로 쓰는 건 누가 봐도 오타이지 않느냐고, 이래서야 맞춤법 툴 어떻게 믿고 글 쓰느냐는 푸념을 한참이나 늘어놓았다. 맞춤법 툴 이전에 내가 글을 좀 찬찬하고 꼼꼼하게 쓰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인 걸 모르지도 않으면서도.
장마답게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왔다. 덕분에 온도는 조금 떨어진 것도 같지만 살에 들러붙는 공기가 그지없이 꿉꿉하다. 이런 날씨라, 유독 요즘 쓰는 글에 곰팡이같은 오타가 자주 생기는 걸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잠깐 해 본다. 벽에 피는 곰팡이는 요즘 워낙 곰팡이 제거제가 잘 나와서 칙칙 뿌려두고 싹 닦아내면 감쪽같이 없어지던데, 글에 피는 오타 곰팡이는 도대체 뭘로 박멸할 수 있을까. 예전에 그는 말하기를 너는 성격이 급하고, 그래서 글을 쓸 때 손이 생각을 못 따라가기 때문에 오타가 나는 거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거라면 정말로 답이 없는 게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