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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에는 그가 있던 시절부터도 재미있게 보던 한 먹방 프로그램이 방송된다. 먹방이라는 게 대개 그렇지만, 맛있고 복스럽게 먹는 사람 여럿이서 몰려다니며 음식의 모양에 찬탄하고 맛을 보고 감동하고 그 음식을 핑계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그 포맷을 그도 나도 좋아했고 요즘 부쩍 외로워지고부터는 더 그렇게 되었다.
어제 방송분에서는 속초 어딘가로 떠나서, 그 지역의 맛있는 것들을 이것저것 먹어보는 특집인 모양이었다. 속초라. 속초엔 뭐가 맛있더라. 뜬금없이 닭강정이 생각나서 한참 웃었다. 속초 쪽에는 유명한 닭강정 집이 두어 군데 있다. 어찌나 유명한지 전국 택배도 하는 집이어서, 속초에 다녀오고도 두어 번 시켜 맛있게 먹었었다. 혹시 그 집이 나오려나 했지만 그렇지는 않았고, 대신 함께 간 적이 있었던 물회가 유명한 가게가 나왔다. 아. 오늘 저기서 찍는구나. 저 집 참 물회도 물회지만 바깥에 바다 보이는 비주얼이 끝내줬었는데. 나는 잠시 그런 생각에 잠겨, 정작 텔레비전 화면 안의 사람들이 뭘 먹고 뭘 마시는지에 대해서는 잊고 있었다.
그도 나도 고향이 부산이다. 그래서 우리는 회나 해산물 종류에 대해서는 큰 환상이 없었다. 고향에 살던 시절 먹을 만큼 먹어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회에 대해서도 그거 그냥 살얼음 낀 매콤한 국수에 회 몇 점 넣어먹는 그런 거 아니냐는 식의 참 속 편한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랬던 우리도 속초에 놀러 갔을 때 그 가게에 가서 물회를 먹고 왔다. 다른 건 모르겠고 더워서 아무것도 먹기 싫을 때 먹기는 참 좋겠다고, 그때 그와 나는 그런 결론을 내렸었다.
처음에 나온 회를 건져 먹고 웬만큼 먹었다 싶으면 소면 사리를 말아서 먹는 모습을 한참 지켜보고 있었다. 어제 내 점심메뉴는 냉라면이었고 아닌 게 아니라 근처에 물회 잘하는 집 있으면 한 그릇 먹었으면 하는 생각이 솔깃하게 들기도 했다. 회의 식감이 어쩌고 하는 출연자들의 멘트를 한참 듣다가 나는 피식 웃었다. 에이. 다른 건 몰라도 그 집 물회 전복은 영 별로였는데. 산지에서 바로 만들어주는 물회답게 회들은 다 싱싱하고 맛있었다. 단 하나, 전복은 너무 딱딱해서 씹는 게 좀 힘들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빨이 약했던 그는 그 부분에 다소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었다. 뭐, 모르는 일이다. 그게 벌써 몇 년 전의 일이니까, 지금은 개선이 되었을지도.
한때 그는 내게 좋은 것을 보여주고 맛있는 것을 먹이는 것만을 위해서 사는 사람처럼 보이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그게 왜 좋은 건지, 얼마나 고마운 건지를 몰라서 제대로 된 리액션도 별로 해주지 못했다. 한 번만 더 그와 함께 속초 바닷가 횟집에 물회를 먹으러 갈 기회가 있다면 먹방에 나오는 출연자들처럼 한 숟가락 떠먹을 때마다 비명을 지르고 온몸을 부르르 떨며 이 집 물회 너무 맛있다고 감탄을 늘어놓을 텐데.
기약할 '다음'이 없다는 건 언제나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