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당신에게

늦잠이 나쁜 이유는

-445

by 문득

요즘 늦잠 자는 날이 늘었다. 아홉 시 넘어 일어난 일이 1년 남짓 만이라고,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라도 일어난 듯 글을 쓴 것이 무색하게도 요즘 나는 거의 매일 늦잠 중이다. 이유는 별 게 없다. 밤에 잠을 잘 못 자기 때문이다. 날은 덥고 걱정은 많고 그래서 자다 깨다를 몇 번 반복하다가 날이 다 새는 걸 보고서야 눈을 붙이기 때문인데 그래서 늦잠은 늦잠대로 자고 수면시간은 수면시간대로 모자라는 악순환 중이다.


이렇게 늦잠을 자고 난 날은 하루의 3분의 1쯤이 훅 날아가버리는 기분이 든다. 늘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나면 아침 정리를 하고 늘 하던 운동을 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고 오늘 하루 할 일들에 대한 간단한 일정 정리를 마치고도 아홉 시가 채 되지 않는다. 그 남은 10분에서 20분 정도의 시간 동안 즐기는 가벼운 망중한도 자연히 따라 사라진다. 나는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허둥지둥 아침 정리를 하고 운동을 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고 일정정리를 한다. 숨 한 번 돌릴 틈 없이 그렇게 해도 고개를 들어보면 시계는 열 시 남짓을 가리킨다. 뭘 좀 해보려고 하면 어느새 점심 먹을 시간이 된다. 그런 식으로 오전 시간이 박살 나 버린다. 그래서 오전 시간에 처리하지 못한 일들이 오후로 넘어가고, 오후 시간도 따라서 박살 나 버린다. 그런 식으로, 알량하게 붙들고 있던 내 하루는 차례차례 박살 나 결국은 엉망이 되어버린다.


변수는 하나 더 있다.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은 길어도 실제로 자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점심을 먹고 난 후 두 시 정도가 되면 견딜 수 없는 졸음이 쏟아진다. 물론 요즘 날이 아주 덥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결국 쏟아지는 졸음을 견디다 못해 의자에 기대 잠깐 눈을 붙인다. 그러고 나면 일시적으로 컨디션이 좀 좋아지긴 하지만 밤에 잠이 드는 시간은 그만큼 또 늦어진다. 나는 요즘 거의 한 달 정도를 이런 패턴으로 살고 있는 중이다.


오늘도 눈을 뜬 것은 일곱 시 반쯤이었지만 머릿속을 엉클어뜨리는 온갖 잡다한 생각들과 싸우다가 제풀에 지쳐 아 몰라 몰라 조금만 더 자자 하고 새로 잠이 든 결과는 장렬한 늦잠이었다. 요행히 아홉 시는 넘기지 않았다지만 여덟 시 반이나 아홉 시나 뭐 그리 큰 차이가 있는가 싶기도 하다. 이런 식으로 늦잠을 잤으니 오늘도 내 하루는 차례차례 조각나 엉망이 되어버릴 것이다. 아침나절 침대에서 깔끔하게 일어나지 못하고 꾸물거린 대가는 크다.


벌써 몇 달재 나를 괴롭히는 그 일만 잘 해결돼도 좀 편하게, 두 다리 쭉 뻗고 아무 생각 없이 푹 잘 수 있을 것 같은데. 좀 안 도와주려나? 하고, 무슨 학교 다니던 시절 종례처럼 그의 사진에 대고 칭얼거려 본다. 그의 성격 상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면 이미 뭐라도 했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TI000093942_STD.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 물회, 전복은 좀 별로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