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당신에게

작년엔 운동 어떻게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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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아침에 일어나면 간단한 정리를 해놓고 홈트를 한다. 나처럼 싫증 잘 내고 게으르고 뭐든 꾸준히 못하는 인간이 1년 이상 뭔가를 하고 있다는 건 대단히 놀랄 만한 일이다. 그사이 홈트 루틴은 조금 복잡해지기도 했고 길이도 조금 길어지기도 했다. 요즘은 원래는 안 하던 스쿼트도 20개쯤 같이 하고 있다.


요 며칠 날이 더워지면서 운동을 하고 나면 얼굴이며 목이 땀범벅이 된다. 흘러내린 땀이 눈에 들어가 눈이 따가워 운동하는 중간에 연신 손으로 눈을 비비는 일이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나는 그리 땀이 많은 체질이 아니다. 그는 그래서 체온 조절이 잘 안돼서 더 더위를 타고 짜증을 내는 거 아니냐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러던 나였는데, 올여름엔 알량한 홈트 잠깐 하면서 땀이 너무 많이 나서 스스로 좀 괴로울 정도다.


운동을 마치고 찬물에 세수를 하면서 불쑥 생각한다. 작년엔 나 도대체 운동 어떻게 했더라, 하고. 운동을 하면서 내 체중이 앞자리가 두 번을 바뀌었다는 말은 이미 몇 번이나 한 적이 있다. 그러니 작년 이맘때는 같은 양을 움직여도 훨씬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작년에 운동할 때는 운동하는 중에 땀이 눈에 들어가 고생했던 기억 같은 건 별로 남아있지 않다. 왜 그럴까.


그래서 생각해 본다. 작년엔 선풍기나 에어컨 같은 걸 틀어놓고 운동했었나. 아니, 딱히 그랬을 것 같진 않다. 자고 일어나 아침 정리를 하고 운동하는 것은 1년 이상 계속해온 내 루틴이고, 아침 정리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창문을 다 열어야 하는데 그래놓고 에어컨을 켜놨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이 딱히 덥지 않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작년 여름에도 이러다 사람 죽겠다고 연방 죽는소리가 사방에서 나던 걸 나는 분명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람은 날이 바뀌면 전날 일어났던 일의 40%씩을 매일 잊어버리고 산다지만 불과 작년 여름에 땀 흘리며 운동했던 기억이 이렇게까지 까마득하게 나지 않는 건 스스로도 좀 의아하다. 그리고 생각한다. 작년 한 해는 그냥 내 인생에 나버린 커다란 구멍이라는 것을. 외출해서 한참 돌아다니던 중에 발견한, 스타킹에 난 커다란 구멍 같은 시간이었다는 것을. 나는 아마 무슨 짓을 해도 그 시간들을 메꿀 수 없을 거라는 것을.


새삼 생각한다. 나는 작년 한 해, 이렇게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애썼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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