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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아직도 찌개와 국, 탕이 각각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른다. 그 또한 아주 자세히 알지는 못했을 거라고 추측만 해 본다. 그래서 내가 제목에 쓴 '찌개'는, 찌개뿐만 아니라 국이나 탕 종류의 그게 뭐든 밥에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국물 종류를 지칭하는 것으로 염두에 두고 오늘의 글을 읽어주시기를 바란다.
식단을 짜는 건 언제나 귀찮고 괴롭다. 내가 할 수 있는 뻔하디 뻔한 음식들 중에, 되도록 별도의 지출을 하지 않고 뭔가를 만들어 일주일을 먹어야 한다는 건 내가 일상생활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최고의 퀘스트 중 하나다. 이런 나날 중에 찌개 종류가 하나 들어가 있으면 일단은 고맙다. 그걸로 세끼 정도는 그냥 해결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찌개를 끓이는 데는 약간의 품이 든다. 보통 식사 시간 30분 전쯤에 일어나 쌀을 씻어놓고 한참을 더 어정거리다가 준비를 시작해도 별 문제가 없는 여타의 음식들에 비해, 찌개는 한 번 끓이려면 밥 먹기 한 시간쯤 전부터는 재료를 손질하고 쌀을 씻어서 쌀뜨물을 받아두는 정도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 찌개는 오래 끓일수록 맛있어지는 음식이며 특히나 나같이 썩 요리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끓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 찌개는 최소 30분 정도는 끓여야 그럴듯한 맛이 나기 시작하는 걸 흔히 본다. 가끔은 그걸로도 뭔가 미진하고 간이 안 잡혀서 꿍쳐두었던 라면 스프 하나를 타는 꼼수까지 부려야 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끓인 찌개는 끓인 당일에 한 끼를 먹고, 두 끼 정도를 더 먹을 수 있다. 그러니까 그날은 아무것도 머리 쓸 것 없이 그냥 밥만 해서 데운 찌개와 함께 홀짝 먹어치우면 되는 것이다. 순두부찌개의 경우는 마지막 날에 카레 가루 한 스푼 정도를 타면 나름 카레 순두부 비슷한 요리로 살짝 바뀌어서 나름의 먹는 재미도 더해 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그가 있을 때는 뭘 가지고 어떤 거창한 찌개를 끓이든 무조건 두 끼가 한계였다. 물론 그건 양적인 문제도 있었지만(나 혼자 먹는 것과 그와 둘이서 먹는 양은 같을 수가 없으니까) 웬만하면 같은 음식을 두 끼 먹게 하지 않으려는 그의 노력 때문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태산같이 끓여놓은 카레나 국으로 며칠을 연달아 먹어야 했던 기억을 별로 내게는 심어주지 않고 싶다고 했다. 되짚어보면 그 카레며 국들은 다 맛있었는데, 단지 며칠 연달아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마지막쯤에 가서는 물려서 쳐다보기도 싫어지게 되더라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그래서 너한테는 웬만하면 그런 짓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던 것이 무색하게, 요즘의 나는 찌개를 한 번 끓여서 그걸로 사흘씩을 먹고 있으니 그가 이 꼴을 본다면 혀를 찰 일이다 싶기도 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요즘의 나는 '맛'으로 밥을 먹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같이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밥 한 끼를 같이 먹을 사람이 사라져 버린 나에게 한 끼 밥이란 그냥 하루를 지나가는 루틴 중 하나일 뿐 그 어떤 즐거움도 아니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그러고 사느냐고 한다면, 내게도 할 말은 있다. 그럼 혼자 남은 내가 이렇게 살 줄 모르고 그런 식으로 도망갔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