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당신에게

볕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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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장마철에 매일 같이 비가 온다고 따라서 우울해진다거나 별로 그런 성격은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이미 몇 번이나 쓴 대로, 나는 참 좋게 말해 무던하고 나쁘게 말해 둔한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말이다. 그래서 비가 오면 비가 오는가 보다, 더우면 더운가 보다 하는 식으로 생각할 뿐 그 이상 우울해진다거나 기분이 좋아진다거나 하는 점은 크지는 않다(전혀 없다고는 하기 힘들겠고)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 일어나 창문을 열었을 때, 간만에 열린 창문 너머 햇살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좀 기분이 좋아졌다는 사실은 부인하기가 어렵다.


물론 오늘도 새파란 하늘에 솜사탕 같은 뭉게구름이 떠 있는 그림 같은 여름날은 아니다. 햇빛이 좀 난다뿐이지 하늘은 잔뜩 찌푸려 희뿌옇고 날은 여전히 눅눅해 조금만 움직이면 살갗이 금세 끈적끈적해진다. 아직도 시기는 장마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중이고, 핸드폰 일기예보에 의하면 2, 3일 반짝 비가 오지 않을 뿐 이번 주말에는 또 대대적인 폭우가 예상되어 있다고 하니 오늘의 이런 날씨는 그냥 잠깐 쉬어가는 페이지 그런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단 며칠 내내 오던 비가 잠시 그치고 창밖으로 보이는 길거리 도로가 바싹 말라 있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조금 기분이 좋아지는 건 사실이다.


창가에 내다 놓는 의미가 없어 며칠째 방 안에 그냥 두었던 화분 두 녀석을 오늘 볕 좀 쬐라고 부랴부랴 창가에 내다 놓았다. 작년 한 해 아무 문제가 없던 무화과가 올해 들어 자꾸만 잎 가장자리에 누렇게 마르는 증상을 보여 내심 사람을 걱정시키고 있는 중이다. 인터넷을 찾아본 결과와 꽃집 사장님의 말씀으로는 과습일 가능성이 가장 높으니 물 주는 주기를 하루 정도 늘려보라고 하셔서 그렇게 하고 있지만 별반 나아지는 줄을 모르겠다. 대개의 식물에게 가장 좋은 해결책은 볕을 듬뿍 보게 하는 것이라고, 많은 식집사님들이 그렇게 말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가뜩이나 볕도 못 보던 와중에 내리 비가 온 요 며칠은 녀석에겐 대단한 타격이었음에 분명하다. 오늘 볕이라도 담뿍 좀 받고 힘 좀 내줬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오늘은 우산을 굳이 들고나갈 필요가 없을 것 같으니, 오늘은 이따가 아이스크림이라도 좀 사러 나가볼까 한다. 그리고 따라서 눅눅해져 버린 내 몸과 마음도 그 핑계로 일광소독을 해야지. 주말엔 또 비가 온다는 모양이고, 그것도 모자라 태풍도 하나 올라온다는 것 같으니까. 그날들의 우울을 견뎌내려면 지금 내 안에 많은 볕을 쌓아야지. 그런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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