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나의 장래희망은 '노벨상 작가'가 되는 거였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아니라 '노벨상 작가'였다는 것에서 이게 어지간히 어릴 때의 일이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부모님은, 그냥 웃으며 그 이야기를 듣고 계셨다. 그리고 내가 그 꿈이 누구나 어릴 때 한 번쯤은 말해본다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만큼이나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슬그머니 깨달을 무렵 그렇게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여자는 그저 공무원 하는 게 최고라고.
지금이야 고만고만하게 남들보다 하나 나은 것 없이 살고 있지만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나는 참, 공부도 잘하고 품행도 단정한, 내가 잘못한 일로는 야단 한 마디 맞지 않는 모범생이었다. 그래서 부모님은 넌지시 내게 사범대 진학을 권하셨다.(넌지시라고 하기에는 다소 강압적이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이유는 다른 게 없었다. 이 험한 세상에, 죽어도 안 망하고 월급 따박따박 나오며 승진과 호봉에 차별 없고 법에 정해진 휴가는 다 쓸 수 있으며 제가 잘못하지 않는 이상 죽어도 안 짤리는 직업은 공무원밖에 없고 그중에서도 '선생'이 최고라는 거였다. 뭐 지금도 틀린 데 없는 말이라고는 생각한다. 그 말씀을 따라 공무원이 됐다면 지금 내 삶은 조금은 편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이 사는 일이 다 그렇듯, 사람은 '옳은' 쪽으로만 가면서 살게끔 생겨먹지 않은 존재니까.
한 젊은 선생님이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는 뉴스는 나도 대충이나마 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으면 한참 꿈에 부풀어있을 나이의 선생님이 다른 곳도 아닌 학교 교실에서 그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요즘 애들은 옛날 같지 않아서 어린이집 다니는 나이 정도만 돼도 벌써 어른이 다루기 어려워진다는 말이며, 초등학교 정도만 들어가도 각자가 사는 집의 '브랜드'와 '평수'를 놓고 서열을 매기기 시작한다는 말까지, 인터넷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말들을 생각한다.
그래서 그냥 다시금 생각해 버린다. 내 성격에 과연 선생님이 되었더라면 좋은 선생님이 되었을 것인가, 하고. 그건 월급의 문제도 연차의 문제도 승진의 문제도 고용안정의 문제도 아니다. 내가 얼마나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그러면서도 나는 끝까지 사람으로 남는 선생님일 수 있었겠는가 하는 부분에 대한 회의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번번이 부모님의 말을 듣지 않은 내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당신들의 말을 듣지 않은 덕분에 딸내미는 내일모레 쉰을 바라보는 이 나이까지도 온갖 일로 골머리를 앓으면서 이렇게 살고 있지만, 그래도 역시 나는 교사 같은 건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그러고 보니 그 또한 오래전에 이런 말을 했었다. 선생님? 네 성격에? 그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었다. 아마 지금도 그렇게 말할 것 같다. 너는, 너로 봐서나 네가 가르쳤을 애들로 봐서나 선생님 안 되길 백 번 잘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