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당신에게

엎어진 김에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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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우리 집 바로 앞에는 작은 편의점 하나가 있다. 갔다 와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부터 갔다 오는 것까지 5분이면 충분한, 아주 가까운 가게다. 자연히 그와 나는 그 편의점의 단골이었고 사장님과도 꽤 친밀하게 인사를 하고 지냈다. 작년 겨울을 지나 봄에 접어들고 그의 몸이 많이 무거워지면서부터는 웬만한 일로는 나 혼자 편의점에 갔었고, 그때 한 번인가 스치듯이 요즘 남편은 왜 같이 안 오느냐는 사장님의 물음에 그 사람이 여기 오는 이유는 주로 담배를 사러 오는 건데 요즘 담배를 끊었거든요 하는, 당시로서는 거짓말이 아닌 대답을 했었다. 그리고 사장님은 그때 이후로 한 번도 그 질문을 다시 하지 않고 계신다.


그러던 편의점의 바닥 타일이 깨져서 잘못 밟으면 으드득 하고 바닥이 내려앉는 소리가 나 깜짝깜짝 놀린 지가 벌써 한두 달쯤 된다. 처음엔 어쩔 줄을 모르고 이거 제가 뭐 잘못한 거냐고 사색이 되어 사장님을 쳐다봤다. 그럴 때마다 사장님은 고개를 내젓고 타일이 한 번 깨지더니 그 후로 누가 밟기만 하면 그러니까 신경 안 쓰셔도 된다고, 나중엔 숫제 비 오는 날 까는 깔개를 가져다 카운터 앞 바닥에 주욱 깔아놓으셨다. 그 이후로 편의점에 뭔가를 사러 가서 계산을 할 때마다 타일을 잘못 밟아 으드득 하는 소리가 나면 아휴 살 빼야 되는데 하는 농담을 건네고 웃는 것이 나름의 인사법이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버티고 있는 것도 한계다 싶으셨던지, 결국 편의점은 며칠 문을 닫고 바닥 공사를 하기로 했다고 며칠 전 사장님은 말씀하셨다. 이 참에 몇 년 못 간 여름휴가라도 좀 가야겠어요. 여름에 가게 붙들려 아무 데도 못 가고 산 게 벌써 몇 년인지 모르겠어. 사장님은 그렇게 말하고 웃으셨다. 그래서 나도 덩달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닷새나 문 닫아 보시겠어요.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푹 쉬시고 오세요.


덕분에 마음만 먹으면 5분 안에 가서 필요한 물건들을 집어올 수 있었던 편의점은 며칠간 문을 닫았고, 나는 한참 먼 가게들로 이런저런 것들을 사러 다니고 있다. 하지만 뭐, 가끔은 이런 것도 좋지 않나 하고 나는 생각한다. 가끔 산다는 건 쉬는 것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고, 그래서 엎어진 그 타이밍이 아니면 남 눈치 내 눈치를 보느라 함부로 쉬지 못하기도 하니까. 아마도 지난 몇 년은 사장님에게도 그런 시간이었을 테니까. 어쩌면 나 또한, 정말 호되게 엎어진 기간에 걸린 건지도 모른다고. 다만 이번에 난 생채기는 그다지 잘 나을 것 같지 않긴 하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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