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당신에게

재난문자처럼 불길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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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내 책상에는 두 대의 핸드폰이 있다. 하나는 내 것, 하나는 그의 것이다. 쓰는 사람이 사라진 지 1년이 넘어가면서 그의 핸드폰은 조금씩 알림이 줄었고 요즘은 거의 아무 연락도 오지 않는다. 인근 경찰서에서 보내는 가출 노인을 찾는다는 알림 메시지나, 며칠 전 장마 때처럼 인근 지자체에서 보내는 이런저런 날씨 관련한 메시지들이 가끔 올뿐이다.


그리고 어제 오후에,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멍하니 웹 서핑을 하다가 양쪽에서 울려대는 불길한 알림음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나는 아직도 재난문자의 그 불길한 알림음을 들을 때면 오래전에 본 한 드라마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삼풍백화점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것은 아니고, 스치듯이 지나간 한 장면이었다. 그 당시에는 핸드폰이라는 것이 없었다.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누구나 한 대씩 손에 들고 다니던 시절이 아니었다. 근처로 외출한 가족의 생사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가족에게 내가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사람들이 한데 엉켜 공중전화박스에는 줄이 길게 늘어선다. 맞아. 저땐 정말 저랬잖아. 저 때 연락 안 된 사람들은 얼마나 속을 태웠을까. 내 옆에서 그 화면을 함께 들여다보던 그는 그런 말을 했다. 아마도 저런 순간들이 쌓여서, 저런 일을 다시는 겪지 않으려고 사람들은 핸드폰 같은 걸 만들어낸 거겠지. 그 말은, 그와 나눈 수만 마디의 말들 중에서도 이상하게 잊히지 않는 것들 중 하나다.


또 무슨 일인데, 하고 허둥지둥 핸드폰을 열어 재난문자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전라북도 어딘가에서 진도 4.1 규모의 지진이 났다는 내용이었다. 진원지가 멀어서 그런지, 혹은 내가 좀 둔한 탓인지 내가 있는 곳에서는 사소한 흔들림조차도 느껴지지 않긴 했다. 그러나 대번 규모가 4.1이나 된다고 해서 나는 잠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가 어찌 됐든, 또 한 번의 아주 위험한 순간이 내 곁을 스쳐지나 갔구나 하는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그때까지도 울리고 있던 그의 핸드폰 재난문자도 일단 확인해서 꺼놓고야 나는 잠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먼저 간 아우를 떠나보내며 내가 있는 곳은 열매가 떨어지면 툭 하는 소리가 들리는 범상한 세상이라고 노래한 한 시인이 있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이런 순간마다 내가 아직 살아있구나 하는 걸 느낀다. 불길한 재난문자의 알림음이 들리고, 장마가 끝난 여름의 숲에서 매미 우는 소리가 들리고, 틀어놓은 텔레비전에서 10년 전에 방송되었던 철 지난 예능이 흘러나오는, 이 범속한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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