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당신에게

쉽지 않다 2

-476

by 문득

그러니까 그게 지난 4월 22일쯤의 일이었구나 하는 것을 오늘 지나간 브런치 글을 보고 알았다. 외출을 했다가, 예전에 그와 같이 몇 번 먹으러 왔던 텐동집이 생각나서 오늘 점심엔 그냥 그걸 먹어야지 하고 갔더니 가게가 감쪽같이 없어져 버려 입맛만 다시고 돌아섰던 것이. 요즘은 별의별 음식이 다 배달이 되는 시대이지만 그래도 '배달빨'이 안 먹히는 음식이란 것도 없진 않고, 내 기준 텐동이나 돈가스 등의 튀긴 음식들이 단연 그렇다. 가게에서 집까지 오는 동안 튀김은 눅눅해지고 그 부피가 쭈그러들어 만족도가 급감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집 근처 텐동 가게에서 딱 한 번인가 배달을 시켜 먹어 보고는 '이건 배달시켜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다'라는 점에 합의를 했고 그래서 자의 반 타의 반 나는 몇 년째 텐동을 먹지 못하고 지내는 중이었다.


그리고 어제 아침 7에 집에서 나가 길에 두 시간을 버리고, 두 시간 남짓 미팅을 하고, 뭐라도 먹어야겠다 하고 근처 쇼핑몰의 식당가를 배회하다가 나는 그 문 닫은 텐동집(정확히는 같은 체인점의 다른 가게겠지만)을 봤고 그 순간 내 점심 메뉴는 그냥 그걸로 결정되고 말았다.


출퇴근 시간에 집을 나서 본 것만큼이나 오랜만이었던 일은 소위 점심 피크 타임에 식당에 가 본 일이었다. 사람이 몰려드는 기세가 심상치 않아서, 나는 벽을 면한 혼자 앉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러고는 텐동 한 그릇과 가라아게 한 접시를 주문했다. 그렇게 먹는 텐동 맛은, 예전에 그와 함께 와서 먹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나는 그만 또 씁쓸해지고 말았다. 그는 달걀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그중에서도 덜 익은 달걀은 기겁을 하리만큼 싫어했지만 텐동에 나오는 온센 다마고는 그럭저럭 잘 먹었다. 그랬던 생각도 났다. 그러게 뭐가 그리 급해서, 이 맛있는 텐동 한 그릇 더 같이 먹어주지 않고 그렇게 훌쩍 갔나. 바삭한 단호박 튀김을 얹은 밥 한 숟가락을 입 속에 밀어 넣으면서 나는 잠시 그런 청승맞은 생각을 했다.


당신이 떠나도 나는 살아있고, 혼자 텐동을 먹고 혼자 커피를 마시고 혼자 차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가끔은 뭐가 먹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가끔은 넓고 좋은 집으로 이사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가끔은 뭐 좀 재미있는 일 안 생기나 하는 생각도 하고. 어느새 나는 그렇게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이게 틀린 건지 맞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내가 특별히 정이 없는 것 같지도, 그렇다고 떠난 사람을 마음에 품고 못 잊고 사는 것 같지도 않다. 원래도 알던 사실이지만 사는 건 참 이러나저러나 쉽지 않다. 오늘은 또 어떻게 하루를 살아낼까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하는 이 푹푹 찌는 여름 날씨처럼.


s2_img_1.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출퇴근길을 피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