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당신에게

돈가스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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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연일 날이 덥다. 그래도 아침엔 참을 만하다가 점심 무렵부터 더워지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요 며칠간은 눈을 뜨자마자 덥기 시작해서 밤에 자려고 누울 때까지 쉴 새 없이 덥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더운 날씨에 자꾸만 나갈 일이 생겨서, 이것도 퍽 번거롭다고 생각 중이다.


상대가 있고 시간 약속이 있는 외출이야 뭐 어쩔 수 없다지만 나 혼자 나갔다 오는 외출이야 그나마 해가 덜 나는 시간에 나갔다 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미련하게도 12시쯤 해가 제일 쨍쨍할 때 나가는 짓을 했다.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나 하나 먹자고 가스불 앞에 붙어 서서 뭔가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끔찍해서였다. 그래서 나가는 김에 밥도 먹고 들어올 요량으로 어제 점심시간쯤 집에서 나섰다.


밖에 나가면 내가 먹는 메뉴의 첫 번째 조건은 '집에서 잘 안(혹은 못)해먹으며, 그러면서 배달시키기도 여의치 않은 메뉴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튀기는 음식이 주가 된다. 그의 말마따나 튀기는 음식은 집에서는 하기도 번거롭거니와 해봤자 바깥에서 사 먹는 것처럼 맛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걸리는 배달도 비슷하다. 그래서 그저께는 텐동을 사 먹었고 어제는 돈가스를 사 먹기로 했다. 때마침 무슨 왕돈가스라는 간판이 붙은 가게가 있었다. 간만에 왕돈가스 하나 사 먹지 뭐. 나는 참 쉽고 단순하게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지 못한 점이 하나 있었다. 돈가스가 너무 많았다. 보통 그와 함께 밖에 나갔다가 돈가스를 먹을 때면 그는 왕돈가스를 시키고 나는 함박을 시켰다. 왕돈가스는 평균보다 양이 조금 많고 함박은 또 평균보다 조금 양이 적기 때문에 적당히 갈라먹으면 딱 맞았다. 그런데 그런 걸 생각하지 못하고 왕돈가스를 시킨 것이다. 나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았다. 그러나 만이천 원이나 주고 시킨 돈가스를 남기고 싶지도 않아서, 나는 미련스레 꾸역꾸역 그 돈가스를 어떻게든 혼자 다 먹는 데 가까스로 성공했다. 그리고 어제 하루 종일 속이 더부룩해 고생했다.


돈가스뿐만이 아니다. 대파가 너무 많다. 표고버섯도 너무 많다. 양파와 계란은 어찌어찌 혼자서도 먹어내는 것 같지만 그 외의 것들은 너무 많아서 꼭 얼마간은 상해서 그냥 버리게 된다. 요즘 늘 이런 식이다. 그가 떠나간 지 1년 하고도 4개월쯤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내 생활은 이런 식으로, 뭔가가 너무 많다. 그래서 속이 상한다. 이렇게 혼자 남겨진 나를 본의 아니게 자각하게 될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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