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당신에게

편의점도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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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어딜 가나 비슷하겠지만 우리 동네에도 편의점이 많다. 이렇게까지 많을 일인가 싶을 정도다. 우리 집이 위치하는 블록만 해도 끝의 끝까지 걸어서 10분이 채 안 걸릴 것 같은 거리 안에 각각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이 비슷한 간격으로 세 개가 들어와 있다. 세로로 한 블럭 내려가는 길에 또 세 개가 있고, 거기서 한 블럭 내려가면 한 개가 더 있으니 도보로 20분 남짓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 안에 도합 일곱 개의 편의점이 있는 셈이다. 이 일곱 개의 가게들은 정확히 재 보지는 않았지만 그야말로 최소한의 '안전거리'들을 두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느낌마저 든다.


물론 물건을 사다 먹는 입장에서는 가까운 거리에 편의점이 많다는 건 그렇게 나쁜 일만은 아니다. 편의점들은 브랜드에 따라 행사 품목이 조금씩 다르고 그 조건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A 편의점에서는 2+1 행사를 하는 상품을 B 편의점에서는 1+1을 하기도 하고 거꾸로 B 편의점에서 제값 받고 파는 물건을 A 편의점에서는 몇백 원 할인해주기도 한다. 뭐 이런 식이다. 그래서 매달 달이 바뀌어 행사가 리셋되면 동네 편의점들을 돌면서 이번달엔 어디 가서 뭘 사는 게 괜찮나를 돌아보는 재미가 있다. 그것뿐만 아니라 어느 편의점은 도시락이 맛있고 어느 편의점은 디저트로 먹을 만한 마카롱이 쓸만하며 어느 편의점은 자체 상품으로 나오는 커피가 싸고 맛있다는 식으로, 다 그게 그것 같아 보이는 편의점들은 다 조금씩 색깔이 달라서 사는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을 일이다.


그러나 장사하는 사장님들 입장에서도 그럴까. 그런 걸 생각하면 내 마음은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특히나 그 일곱 개의 편의점 중 제일 자주 가는 바로 집 앞의 편의점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며칠 전 나는 외출을 하려고 버스를 타러 가다가 우리 동네에 여덟 번째의 편의점이 생긴 걸 확인했다. 그리고 그 편의점은 집 앞에 있는 편의점과 브랜드까지 같았다. 아니 이거 너무 하는 거 아니냐고, 본사에서 편의점 생기는 간격 같은 거 정리를 안 해줘요? 분개하는 내 말에 사장님은 웃으면서, 200미터 안에는 다른 편의점을 내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긴 하다고 말씀하셨다. 근데 그것도 기존 점주가 승낙하면 들어온다는 말도 함께. 그러니까 그 말인 즉, 거기에 편의점이 들어온다는 말은 집 앞 편의점 사장님이 승낙을 하셨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뭔가 복잡다단한 사정이 있어 보여서 나는 거기서 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손바닥만 한 동네에, 고만고만한 편의점이 여덟 개가 모여 결국은 그 사람이 그 사람인 손님들을 나눠먹기 하면서 매출을 내야 한다. 참 세상에 쉬운 일은 없고, 뭘 하든 사는 건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스레 한다. 그리고 새로 생긴 그 여덟 번째 편의점은 집 앞 편의점을 봐서라도 좀 덜 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아무리 그래도 단골의 의리라는 게 있으니까 말이다. 집 앞 편의점의 사장님은, 세상에 그라는 사람이 존재했다는 걸 기억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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