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가 들르는 커뮤니티에는 '갑자기 좀 살만해진' 날씨를 두고 이게 과연 입추에 접어든 절기의 마술이냐 아니면 지금 북상 중이라는 태풍의 영향이냐를 놓고 가벼운 입씨름이 벌어졌다. 나 또한 즐겁게,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늘어나는 댓글들을 읽으며 이 말은 이래서 맞는 것 같고 저 말은 저래서 맞는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오후 시간을 보냈다.
문제의 발단은 어제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놓고, 꽃병에 물을 갈아주고, 이런저런 정리를 하고 난 후 책상에 앉았을 때 느낀 어라 오늘은 좀 살만하네? 하는 생각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요 며칠간은 정말이지, 한낮에 태양이 남중할 때 더운 거야 지금이 한여름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도대체 아침부터 이렇게까지 더울 일인가 하는 생각에 한숨이 저절로 나오는 그런 날씨였는데 하루 사이에 귀신같이 아침 온도가 좀 식어 있었다. 내 기분 탓인가 하고 게시판을 찾아보니 오늘 아침은 그래도 좀 살만하지 않으냐는 글이 몇 개 올라와 있었다. 역시 사람 생각은 대개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중 한 글에, 어떤 분이 '오늘이 입추라서 그렇다'는 댓글을 단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절기라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태양의 황도상 위치를 24 등분해서 만든 나름 매우 과학적인 것이며, 아직도 농사를 지을 때는 절기를 따라간다는 것, 농사가 얼마나 날씨에 민감한 산업인데 함부로 그 절기에 따라 농사를 짓진 않는다는 것 등을 들어 그분은 오늘이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이니 한여름 더위가 한 풀 꺾이는 것은 당연하며 한 술 더 떠 처서쯤에 가면 본격적으로 날이 식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기까지 했다. 그 아래로는 아 정말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다는 동조댓글이 몇 개 달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절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 북상 중인 태풍의 영향으로 날이 식은 것이라는 반박이 올라왔다. 이번 태풍은 보기 드물게 강력하기도 하거니와 그 진행 경로가 한반도를 관통해서 지나가기 때문에 당연히 대기와 습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그래서 더위도 잠시 식은 것이라는 것이 그분의 주장이었다. 역시 이 아래에도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는 동조 댓글이 몇 개 달렸다. 이렇게 시작된 때아닌 논쟁은 그날 오래 내내 옥신각신 이어졌다. 귀가 얇은 나는, 그리고 아마도 그 논쟁을 지켜보던 대부분의 분들은 이 분 말을 들으면 이 분 말이 맞는 것 같고 저 분 말을 들으면 저 분 말이 맞는 것 같다는 정도의 감상을 가지고 그 논쟁을 지켜봤다. 그리고 그 논쟁은 이러나저러나 이 여름 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어느 황희 정승 같은 분의 마무리멘트로 대충 마무리 지어졌다. 그리고 문득, 아마도 'T'인 그라면 태풍 편을 들었을 것이고 'F'인 나는 입추 편을 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입추 때문이든 태풍 때문이든 숨넘어갈 것 같던 더위가 한풀 꺾인 건 조금은 다행한 일이다. 이대로, 도로 더워지지 말고, 조금씩 물러가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니 하늘이나 쳐다보고 있을 수 밖에는 없겠다. 내일모레 또 많은 비와 바람이 예보되어 있다고 하니 별다른 피해 없이, 무사히 이 여름을 데리고 떠나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가을이 시작된다는 이 시기에 걸맞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