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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의 외모 중에 '이만하면 괜찮다' 정도가 아닌 '예쁘다'라는 판단을 스스로 내릴 만한 부위가 있는 사람들은 굉장히 자존감이 높은 거던지, 아니면 그 부위가 정말로 예쁜 것일 거라는 생각을 나는 늘 한다. 그런 내게도 딱 하나, 남들에게 '내가 여기는 좀 예쁘지' 하고 내놓을 만한 신체 부위가 하나 있다. 손이다. 고등학교 시절 고전문학을 가르치시던 선생님에게서 감히 무협지 식으로 섬섬옥수라는 소리까지도 들어봤을 정도로, 내 손은 꽤 예쁜 편이었다.
그러나 그런 내 손은 주인을 잘못 만나 꽤 고생을 했다. 내 생업은 대부분이 컴퓨터로 자판을 침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었고 내 유일한 취미이자 휴식거리라 할 만한 글 쓰는 일 또한 그런 과정을 통해 수행할 수 있기에 내 손은 거의 하루 종일 컴퓨터 자판 앞에서 온갖 키를 누르면서 소일하곤 했다. 그리고 소위 스마트폰이라는 게 생기면서는 손의 쉴 시간은 더 없어졌다. 거기다가 가외로 이런저런 손에 물 닿는 집안일도 해야 했다. 이런 세월을 거치면서, 그 예쁘던 내 손도 조금씩 거칠어졌고 무뎌져갔다. 그리고 몇 년 전에는 한 번, 오른손 검지손가락의 첫 번째 마디가 잘 굽혀지지 않고 구부렸을 때 딸깍 소리가 나는 소위 방아쇠 수지 증후군인지 하는 증상 때문에 한 며칠 고생한 적도 있었다.
날이 쌀쌀해진 탓인지 자고 일어나면 손이 저리고 손이 퉁퉁 부어 주먹이 잘 쥐어지지 않는 느낌이 있었다. 물론 몇 번 서너 살 먹는 아기처럼 '주먹 쥐고 잼잼' 하는 동작을 반복하면 금세 풀리긴 했다지만. 그 외에도 손 끝으로 뭔가를 긁거나, 누르거나, 제치는 동작을 할 때마다 뜨끔한 통증이 있곤 했다. 나라도 나를 잘 돌봐야 한다는, 그가 떠난 이후 나름 명심하고 살고 있는 대명제에 따라 나는 집 근처 정형외과에 가서 이거 왜 이런지를 물어보기로 했다. 의사의 답은 간단했다. 퇴행성 관절염입니다. 손가락에 마디가 있죠 그 마디하고 마디 사이에 연골이 있는데 그게 닳아서 생기는 증상이에요. 연골은 소모품이라 재생이 안 됩니다. 그냥 여기서 더 악화되지 않게 치료하고 조심하면서 남은 인생 내내 손을 사용하셔야 해요. 그 무덤덤한 말은 내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세상에. 내가 퇴행성 관절염이라니.
한 시간 남짓한 물리치료를 받고 약 처방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그 덕분인지 오늘 아침에는 손이 붓고 저리는 증상이 한결 덜했다. 그러나 어제 들은 그 '퇴행성' 관절염이라는 말의 충격이 아직도 타서 눌어붙은 자국처럼 머릿속에 들러붙어 있다. 나도 이제 퇴행성 질환이라는 게 오는 나이가 되었구나 하고.
그가 이 말을 들었으면 별소리를 다 듣겠다며 웃었을까 아니면 짠해 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을까. 그게 궁금해서, 한참이나 책상 위에 놓인 그의 사진만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