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처음보단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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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병원에 있던 기간은 석 달이 조금 넘는 정도였는데 그 사이 내 생활리듬은 엉망이 되어버렸다. 그런 건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것이라는데 내 몸은 기억력이 유독 나쁘기라도 한 것인지, 내가 뭘 어쩌면서 살았었는가 하는 것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 내 생활은 그럭저럭 복구된 입원 전의 생활과,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아 새로 만들고 있는 루틴들이 뒤섞여 한참 제 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그렇게 엉망이 되어버린 것들 중에는 내 홈트 루틴도 있다.


집에 온 후 며칠간은 운동 비슷한 걸 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내게는 그것보다도 바쁘고 시급한 일들이 많았다. 그리고 석 달간 침대 위에서 뒹굴거린 몸이 생각이상으로 약해져 있어 간단한 운동조차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숨쉬기 운동만 했고, 그 후부터 아침저녁으로 하던 스트레칭 루틴을 기억해 내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제부터, 나는 원래 하던 홈트를 다시 시작했다. 물론 개수도 줄이고 시간도 줄인 '간략 버전'이긴 하다.


스쿼트는 그럭저럭 할 만했다. 그런데 문제는 플랭크였다. 입원하기 전 나는 플링크 자세로 2분 정도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버틸 수 있었다. 그래서 한쪽 다리를 들어본다든가 하는 변형도 나름대로 조금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플랭크 자세로 2분 버티기 정도는 별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시작한 지 30분도 되지 않아 배 쪽이 덜덜 떨려오기 시작하더니 1분도 못 버티고 고개를 들어 몇 초나 남았나 고개를 들어 타이머를 봤다. 그 후로는 매 초가 고통의 연속이어서 몇 번이고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2분을 겨우 버티고 나는 완전히 기진맥진하고 말았다. 와. 예상은 했지만 나 근육 진짜 다 빠졌나 봐.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도 생각한다. 나의 진짜 처음은 이 정도조차도 아니었다. 처음 이렇게 숨쉬기 운동만 하고 살아서 될 일이 아니다 생각하고 나름의 루틴을 짜서 운동을 시작했을 때, 나는 플랭크 자세로 10초를 채 버티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20초, 30초를 넘어 1분이 되고 2분이 되었었다. 그렇게 만들어놓은 코어는, 좀 약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고 남아있긴 했던 모양이었다. 온갖 난리를 다 쳐가면서라도 2분을 어찌어찌 버텨낸 걸 보면.


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이 정체기가 왔던 내 몸무게는 5킬로그램쯤이 추가로 빠졌다. 물론 집에 와서 다시 느슨해지면서 5킬로그램 중에 3킬로그램쯤이 다시 쪘고, 최소한 여기서 더 찌지만은 말자는 생각을 한 것이 내가 홈트를 재개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지만. 그 입원 생활이 고작 석 달로 그친 것도 그간 한 홈트가 나를 떠받힌 결과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나는 건강해야 한다. 나를 돌봐줄 사람이 이젠 나 자신밖에는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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