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 연고를 바른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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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엄청난 건강체질이라고까지 말할 것은 아니지만 나는 병원에 자주 가는 편은 아니었다. 이번 일이 생기기 전에는 더욱 그랬다. 그나마 간다는 것이 감기가 지독할 때 동네 내과 정도나 가는 수준이어서, 안과와는 별로 인연이 없었다. 이번에 난 다래끼도, 적어도 내 기억이 닿는 한에서는 눈이 붓거나 안대를 하거나 눈 때문에 항생제를 먹은 기억 같은 게 딱히 있진 않으니 처음까진 아니더라도 아주 오랜만이긴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가서, 점안액까지는 예상했지만 손가락 두어 마디쯤 되는 안연고라는 물건을 받아 들고 잠시 당황하고 말았다.


처음엔 막연하게 아 눈꺼풀 위로 바르는 약인가 하고 생각했다. 눈꺼풀 위로 바르면 알아서 염증 부위로 스며드는가 보다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에 안연고 바르는 법을 검색해 봤다가 나는 좀 당황했다. 어, 그러니까. 이 연고가 눈을 까뒤집어서 점막에다 바르는 거라고? 정말로? 그런 짓을 해도 되는 거야? 그게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점막 부위에 바르는 연고라면 사실 아주 초면은 아니다. 나는 구내염이 잘 생기는 편이다. 양치를 하다가 칫솔에 부딪히기도 하고 뭔가를 먹다가 입 속의 살을 부주의하게 깨물기도 하고, 그런 일이 아니더라도 몸이 피곤하면 어김없이 입술 안쪽이 노랗게 곪아서 사람을 신경 쓰이게 한다. 그래서 이럴 때 바르는 특정 브랜드의 연고는 아주 오래 쓰고 있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건 입이고. 눈 속에 연고를 바른다니. 일단 겁이 더럭 났다.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하나 더 있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들은 안연고를 바를 때 면봉을 써서 바른다는 쪽과 면봉 쓰면 안 되고 연고의 팁 부분에 점막이 닿지 않게, 직접 짜서 발라야 한다는 쪽으로 팽팽하게 나누어져 있었다. 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 건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나는 그냥 연고에서 바로 점막 쪽에 바르는 다소 난이도가 있어 보이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내가 눈 점막에 바로 연고를 바르는 방식에 기겁한 건 점막이라는 게 그냥만 생각하기에도 보통의 피부보다 취약할 텐데 그래도 되나 하는 생각에서였고, 아무렇게나 대충 화장대 서랍에 넣어둔 우리 집 면봉이 딱히 살균이나 소독이 되어 있지도 않을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나는 자기 전 거울 앞에 붙어 서서 한바탕 난리를 쳤다. 먼저 점안액부터 넣고 한참 기다려서 손을 씻고, 누군가를 약 올릴 때 흔히 하듯이 아래쪽 눈꺼풀을 까뒤집고 미리 약간 짜놓은 연고를 그 점막 속에 밀어 넣으려고 애를 썼다. 양문을 모르는 눈은 자꾸 감겼고 연고는 생각보다 점도가 있어서 짜놓은 분량만큼이 쉽게 팁에서 떨어지지 않아 한 덩어리를 그냥 흘리기도 했다. 그렇게 난리를 쳐 가며, 겨우겨우 나는 눈 점막 속에 안연고 일정 분량을 짜 넣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이상한 데 겁이 많았다. 특히나 그가 무서워한 것 중의 하나가 눈에 안약 넣는 것이었다. 혼자 그 알량한 안약 한 방울을 한 번에 못 넣어서 끙끙거리고 있는 꼴을 보다가 내가 넣어주겠다고 할 양이면 그는 질색팔색을 하며 내가 알아서 한다고 손을 내젓곤 했다. 그땐 그런 걸로 놀리기도 많이 놀렸다. 무슨 남자가 안약 하나를 혼자 못 넣냐고. 그러나 안연고 쯤 와버리니 나도 딱히 별 수는 없었다. 그게 그렇게 놀릴 일이 아니었구나 하는 씁쓸한 자각만이 들뿐이다.


좀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일들은 늘 이런 식으로, 다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는 건 참 서글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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