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드러누워 천장만 멀뚱멀뚱 쳐다보던 석 달 남짓한 시간 중에 브런치 생각을 몇 번이고 했었다. 그렇게 갑자기 석 달 정도 쉬겠다는 공지 아닌 공지를 남기고 사라져 버린, 그나마 원래부터도 딱히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를 하던 것도 아닌 사람의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글들이다. 브런치에는 글 재미있게 잘 쓰고 혹은 정말 삶에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많은 분들이 있다. 전심전력으로 부딪혀도 그분들의 글과 비교가 될까 말까 한데 석 달이나 이런 식으로 놀았으니, 이래서야 기껏 단 크리에이터 배지가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아, 집에 가게 되면 정말 브런치 처음 열고 맨땅에 헤딩하던 그때처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이럴 때 그가 있었으면 그를 시켜서라도 브런치 '관리'를 좀 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가 아직도 내 곁에 무사히 있었으면 이 브런치가 생겨나지 않았을 거라는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뀐 생각을 하며 쓴웃음을 지은 적이 몇 번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돌아와서 다시 글을 시작한 지 오늘로 12알째. 내가 체감하는 조회수나 라이킷 수는 병원에 가기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고 글을 읽었다는 표식을 남겨주시는 분들의 면면도 익히 기억하는 그분들이어서, 이런 점이 참 묘하게 반갑기도 하고 생각하기 따라서는 좀 찡하기까지 하다.
이 브런치는 개설 목적 자체가 내 넋두리를 쏟아놓는 곳이었고 그러니 이런 남루한 감정 전시에 불과한 글조각들이 읽는 분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기에 그래도 하루에 백 명에서 이백 명 남짓, 가끔 뭐가 잘못 걸리면 하루에도 수천수만 명의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주는지 난 이 브런치를 굴리기 시작한 지 2년이 가까워 오는 지금까지도 잘 모르겠다. 특히나 요즘처럼 재미있고 신기한 볼거리가 널린 시대에, 유튜브도 아닌 텍스트 따위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한 시간을 쪼개 이 보잘것없고 딱히 삶에도 도움 되지 않는 그렇고 그런 사는 이야기를 읽어보러 와주시는 여러 독자님들께는 무어라고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그가 떠난 지 이미 1년 반도 넘는 시간이 지났고 이제 막 시작된 이 겨울이 끝나고 새 봄이 돌아올 때쯤엔 2주기가 된다. 나의 넋두리도, 슬픔도, 외로움도 이젠 그 빛이 처음에 비해 많이 바랬다. 요컨대 이 브런치는 생긴 목적의 농도랄까 밀도가 이제 점점 낮아져 종내엔 그야말로 나라는 평범한 인간의 사는 이야기 정도밖에는 남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무나 글을 쓰는 곳도 아닌 브런치에 그런 글을 올려도 되는 것일까.
그러나 이 브런치를 처음 열고 지금도 한 번에는 술술 읽혀지지 않는 그때의 글들을 쥐어짜 내듯 올리던 그 무렵부터 내 글을 읽어주시는 몇몇 독자님께서는 이 사람이 그래도, 죽지 않고 살아보려고 부단히 발버둥 치고 있구나 하는 작은 위안을 받으실지도 모르겠다. 뭐 그거면 충분하지 않은가, 하고도 생각해 본다. 어차피 글 잘 쓰고 삶에 도움 되는 지식을 나눠주시는 분들은 나 말고도 많이 있으니까. 나 하나쯤이야 뭐 어떠랴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