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식단을 잘 지켜놓고도 10시 정도의 늦은 시간에 불쑥 뭔가를 먹고 싶어져서 어쩔 줄 모를 때가 자주는 아니지만 몇 달에 한 번씩은 있는 편이다. 어제가 좀 그런 날이었다. 나의 이 갑작스러운 식탐은 대개 2, 3개월에 한 번 정도씩 도지는 편인데 이번엔 병원 신세를 지느라 조금 늦게 타이밍이 돌아온 그런 느낌은 사실 없지 않다.
어제의 품목은, 늦은 밤에 시켜 먹는 메뉴로서는 아주 클래식하다 할 수 있는 항목인 치킨이었다. 병원에서 살도 많이 빠져서 나왔고, 도로 조금 쪘다지만 그것조차도 다시 운동 시작하면서 조금씩 관리를 하고 있으니까. 병원에 있는 내내 그 맛없는 병원밥 말고는 뭘 딱히 먹지도 못했으니까. 물론 지금이 열 시 반이 넘은 아주 늦은 시간이고 그래서 지금 뭘 먹으면 그 여파가 고스란히 다음날 아침 체중계에 올라갈 때 미칠 거라는 걸 모르지도 않으면서도 오늘 한 번쯤 치킨 시켜 먹는다고 무슨 큰일이 나진 않는다는 핑곗거리로 써먹을 만한 건수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때아닌 식욕에 굴복해 결국 치킨을 시켜 먹기로 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다른 음식을 시켜 먹을 때는 별로 생기지 않는 일인데, 치킨을 시킬 때 종종 발생하는 문제로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추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가 떠나고, 그게 무엇이든 혼자 뭔가를 먹어야 되게 상황이 바뀐 후로 나는 먹는 양이 많이 줄었다. 그래서 치킨 한 마리를 시키면 그걸 혼자서는 다 먹지 못하게 되었다. 이것저것 실험해 본 바로는 반 마리 정도를 시키면 남기지 않고 딱 맛있게 먹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치킨 가게는 반 마리 정도를 가지고는 배달을 해주지 않는다. 하다 못해 사이드니 음료수니 하는 것을 몇 가지 시켜서 5천 원 남짓 모자라는 돈을 채워야만 했다. 그게 영 마뜩잖았다. 그가 떠난 후 치킨을 시켜 먹지 않게 된 것은, 비단 그가 떠나가고 난 후 나 혼자 뭔가를 먹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아서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어찌어찌 찾아낸 가게에서 파닭 반마리를 주문해 봤다. 그러나 5분 만에 주문이 취소 돼버려 상황은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왔다. 지금 먹어봐야 살이나 찔 뿐이니 그냥 곱게 자라는 뜻일까. 그러나 한 번 돋궈져 버린 식욕은 좀체로 식을 줄을 몰라서, 나는 다시 배달 어플을 붙들고 앉아 한참을 씨름했다. 결국 반마리에 사이트와 음료수를 시키느니 그냥 반반 세트에 음료수까지 주는 구성을 시키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그렇게 골머리 싸매가며 주문한 닭이 도착한 것은 밤 11시도 넘은 시간이었고, 나는 그 시간에 그 치킨 한 마리를 혼자서 다 먹었다. 마지막 몇 조각이 남았을 때부터는 눈에 띄게 먹는 속도가 느려졌고 그만 좀 먹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걸 남겨놔서 뭘 어쩌겠냐는 생각에 꾸역꾸역 다 먹었다. 그 결과 오늘 아침 내 체중은 전날 대비 1.2킬로가 하루 만에 불었고 속은 아직도 더부룩하다. 기분 같아서는 오늘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러게, 나 혼자 먹기에 한 마리는 너무 많았다. 같이 먹을 사람도 이젠 없는데. 그의 부재는 이런 식으로, 언제든 어디서든 어떤 식으로든 불쑥 튀어나와 괜히 사람의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