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요, 잘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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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광고를 보고 흔히 '15초의 마법'이라고 한다. 그 시간으로 도대체 뭘 할 수 있겠나 싶은 15초를 가지고 광고는 잠시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하긴 아마도 그래서, 몇 년 전 공전의 대히트를 친 어느 드라마에서는 탑스타 연예인인 여주인공이 딱 15초 만에 '철벽을 치던' 남지 주인공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유명한 장면이 나오기도 했던 게 아닐까.


나는 이 광고의 마법을 가끔 광고 음악에서 발견한다. 고작 15초에 불과한 그 광고 안에, 제대로 된 소절 하나나 겨우 넣을 수 있을까 말까 한 고만큼만 듣고도 아니 세상에 내가 모르는 저렇게 좋은 노래가 있었다니? 하고 부랴부랴 인터넷을 뒤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음악들은 내가 듣고 반한 것과는 좀 분위기가 다른 나머지 부분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힘내요, 잘 될 거예요'라는 무난평범하면서도 다정한 가사를 노래하는 너무나 예쁜 목소리가 배경 음악으로 삽입된 광고가 있었다. 아마 훈훈한 내용으로 매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어느 자양광장제 광고였던지 그랬을 것이다. 오늘 아침에 불쑥 그 '힘내요. 잘 될 거예요' 하는 부분이 생각나서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거기만 몇 번이나 흥얼거리다가 전곡을 들어보자고 결심하고 검색을 해서 그 노래를 찾았다. 아는 가수였고 아는 목소리였다. 아, 이게 이 사람들 노래였구나. 그러나 가수를 확인했을 때의 놀라움은 광고에 들어가지 않은(혹은 못한) 숨겨진 부분을 들으면서 좀 더 커졌다.


그런 말 이젠 지겨워. 모든 게 다 잘 될 거라는 가사 바로 다음 부분이 저랬다.


그러니까, 이 노래는 뭔가가 뜻대로 풀려가지 않아 기운이 빠져 있는 사람을 위로하는 노래가 아니었다. 그냥 뻔하디 뻔한, 입에 발린, 하나마나 한 다 잘 될 거라는 그런 말들 지겹고 귀찮으니 그냥 가만히 옆에나 있어달라는. 그러고 보니 '괜찮습니다'라는 제목부터도 의미심장하다. 당신이 그런 말을 해 준다고 뭔가가 달라지지도 않을 테고, 그냥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 뭐 그런 무덤덤한 시니컬함이 읽혔다. 그래서 나는 가볍게 뒤통수를 맞은 기분으로 한참을 웃었다.


다 잘 될 거다 혹은 괜찮을 거다. 마치 물건을 사면 으레 붙는 부가가치세처럼, 그냥 버릇처럼 그런 말을 하면서, 혹은 들으면서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나 또한 그가 떠나가고 반쯤은 정신이 나가 있을 때 저런 말을 정말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고, 잘 될 거라니 도대체 여기서 잘 되면 뭐가 어떻게 될 거라는 말이냐는 생각이 치밀어 혼자 가라앉지 않는 마음을 붙잡고 끙끙 앓기도 했었다. 말한 사람에게 그 어떤 악의도 없었을 것을 모르지도 않으면서도. 그리고 어영부영 1년 반이 지나간 지금, 나 또한 한참 힘든 시기를 지나가고 있는 누군가에게 별다른 고민도 배려도 없이 기계적으로 다 잘 될 거라는 무책임한 말을 늘어놓고 있진 않은가 하는 생각도 한다.


가사는 그렇게 말한다. (굳이 당신이 그렇게 말해주지 않아도) 나도 그 얘긴 할 수 있다고. 어째, 원래 듣고 싶었던 응원가는 아니지만 또 다른 방향에서 마음을 어루만지는 노래 하나를 찾아낸 기분이다. 위로조차 귀찮게 느껴지는 날이라는 것도, 가끔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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