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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식사'는 하루에 점심 한 끼만 먹으면서 살고 있다. 물론 그가 떠나간 지 얼마 안 됐을 그때에 비해 요즘은 식탐도 늘었고 늦은 저녁 시간 갑자치 덮쳐 오는 공복감을 참지 못해 뭐라도 집어먹는 일이 잦아졌으니 아주 엄격하게 1일 1식이라고까지 말할 자신은 없지만, 일단 밥이라고 할 만한 걸 차려서 먹는 건 점심 한 끼뿐이다. 난 아직도 나 혼자 먹을 밥을 하루에 두 번이나 차리는 것에는 익숙해지지 않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나는 내 밥 정량이 얼마인지를 정확하게 모른다. 그가 떠나고 며칠이나 프로틴 음료 몇 병으로 하루를 때우는 짓을 하다가, 그래도 살아야지 싶어 다시 밥을 하기 시작했을 때 제일 먼저 부딪힌 난제가 대번 그거였다. 내가 아는 하루치 밥을 지을 쌀 양은 그와 함께, 그나마 점심 저녁 두 번을 먹을 분량이 얼마만큼인가 하는 데이터뿐이었다. 이걸 액면 그대로 4분의 1로 나누면 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 같기도 했을뿐더러, 우리 집 밥솥은 6인용이라 너무 적은 쌀은 밥이 너무 질게 되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 양이 아니라, 밥솥이 밥을 지을 수 있는 최소한의 분량을 찾아(계량컵으로 한 컵 조금 넘는 정도) 그만큼씩 밥을 해서, 그나마 이틀에 나눠서 밥을 먹는 식으로 살고 있다.
어제는 새로 밥을 해야 하는 날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외출 일정이 있어서 나가서 밥을 먹게 될 예정이다. 아무리 요즘이 날이 춥다지만 밥솥 안에 이틀이나 밥을 두고 싶지는 않아서, 어제는 그 핑계를 대고 대충 집 근처 자주 사다 먹는 계란말이 김밥이나 한 줄 사다 먹고 때울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일이 그렇게 되느라고 그랬던지 그 집이 마침 쉬는 날이어서, 나는 두 번째 옵션 정도로 정해둔 김밥집에 가서 김밥 두 줄을 사 왔다. 이왕 오랜만에 먹는 김밥이니 맛있게 먹자 하는 생각에 곁들여 먹을 라면도 하나 끓였다. 그리고 이렇게 벌린 판은, 생각보다 양이 너무 많았다. 그나마 제대로 된 김밥도 아닌 꼬마김밥을 사 왔기에 망정이지 보통 김밥을 두 줄 사 왔으면 반 정도는 고스란히 남길 뻔했다. 그렇게 좀 배가 제대로 부르다 싶을 만큼 점심을 먹고 나니, 어제는 잠자리에 들 때까지 다른 군것질 생각이 눈곱만큼도 나지 않았다.
그러게, 사람은 어쨌든 하루에 세끼를 먹으면서 살아가게 생긴 동물인데 그걸 하루에 한 끼만, 그것도 어쩌면 좀 부실한 양으로 먹으면서 지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루에 한 끼, 그나마도 내 정량이 아닌 밥솥이 정한 한 끼를 먹고 있는 셈이니까. 내일부터는 밥을 할 때 쌀양을 조금 더 늘려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혼자 남겨진 지 좀 있으면 2년이 돼 가는데, 난 아직도 내 한 끼 밥 정량이 얼마인지도 정확하게 모르는구나 하는 씁쓸한 자각과 함께.
키우는 개가 식탐이 많으면 개를 야단치기보다는 밥을 너무 적게 주고 있는 건 아닌지부터 의심해봐야 한다고 그는 말했었다. 나는 아직도 나 하나를 키우는 것만도 이렇게나 미숙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