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떠나고 난 후로 꽤 많은 사람들이 다른 세상으로 갔다. 언뜻 생각나는 것만 따져도 한 시대를 풍미한 축구 선수도 있었고 옆 나라의 총리도 있었고 프로그램 하나를 수십 년 동안이나 진행하던 원로 코미디언도 있었으며 한 나라의 여왕도 있었다. 유독 작년 올해 그런 건지, 아니면 그가 떠나고 난 후 내가 그런 소식에 예민해진 탓인지,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어제 또 안타까운 소식 하나가 더해졌다.
그와 나는 그분을 딱히 배우로서 좋아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우리가 재미있게 본 영화나 드라마에 그분이 출연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아 저 사람 필모가 괜찮더라 하는 식의 맹목적인 라포가 약간은 쌓여 있는 상태였다. 연기 잘하는데. 인물도 그만하면 좋고, 음성은 진짜 그 정도면 탑급이지 않으냐고, 그런데 참 하는 거에 비해서 많이 뜨지는 못하는 느낌이지. 그와 나는 그분을 두고 종종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그리고 몇 년 전, 한국 감독이 한국어로 찍은 영화가 무려 아카데미에서 감독상과 작품상, 각본상을 휩쓰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을 때 그분 또한 그 영화의 한 배우로서 레드카펫을 밟는 걸 보고 참 사람 인생 진짜 한 치 앞을 모른다고, 저렇게 늦게 피기도 하는구나 하는 감탄을 했었다.
그리고 그 사람 인생 한 치 앞을 모른다는 말은 또 다른 의미에서 맞는 말이 되고 말았다.
그분이 처해 있었던 상황에 대해서는, 나는 병원 텔레비전으로 방송되는 뉴스 정도 밖에는 본 것이 없었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코멘트할 만한 식견 자체를 갖고 있지 못하다. 뭐 문제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조사하면 밝혀지겠지 하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생각이나 갖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무덤덤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탓인지 모르겠으나 어제 들은 그 소식은 조금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 느낌이 없지 않았다. 유달리 낮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봉골레 파스타 하나'를 외치던 그 목소리는, 본인이 아니어도 온갖 사람이 개인기 삼아 성대모사를 하던 유명한 목소리였지만 이젠 그 어디서도 들을 수 없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미세먼지가 너무 희뿌옇게 끼어 눈이 오는 것처럼도 보이는 오늘 아침에, 새삼스레 그런 생각을 한다. 당신이 떠나간 것이 당신의 선택이 아니어서, 그것 하나만은 정말 고맙다고. 내게 그 이상의 상처를 주지 않아 줘서 고맙다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버티다가 떠나가 준 것이 당신의 최선이었음을 이제서야 알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