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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간 내내 짧게는 10분, 심하면 한 시간까지도 늦잠을 잤다. 이제 슬슬 원래 하던 가락이 나와 자리에 눕고도 빨리 잠들지 못하고 꼼지락거리는 탓이 가장 클 것이고 얼마 전 산 전기장판의 온기가 너무나 따뜻해서 뿌리치고 일어나기가 쉽지 않은 이유가 그 다음쯤 될 것이다. 그러다가 오늘은 간만에, 정해놓은 제시간에 일어나 1초도 꾸물거리지 않고 이불을 들추고 일어났다. 다른 건 몰라도 새해 첫날부터 꾸물거리다가 늦잠이라니 그건 좀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어서.
어제도, 혹은 작년에도 쓴 이야기지만 자연과 우주가 알아서 저 할 일을 하고 있는 위에 굳이 인간이 숫자를 붙여서 어제까진 작년이고 오늘부터는 새해라는 식의 구분을 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기도 하다. 매일매일 흘러가는 날에 무슨 꼬리표 같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오늘이 아니라 내일부터가, 혹은 모레부터가 새해다 라고 정해 버린들 어디 표라도 날까 싶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면 오늘부터 새해라고 악착같이 정하는 의미 같은 건 많이 없어지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올해 내 삶에는 몇 가지 큰 변화가 예정되어 있다. 일단은 10년 넘게 살고 있던 이 집에서 떠나야 할 것 같고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될 것도 같다. 이런 큰 변화가 생기면 그 외의 소소한 것들이 따라서 바뀔 테고, 아마 나는 올 한 해 바뀐 내 일상에 적응하느라 내내 정신이 없고 분주할 테다. 그러는 짬짬이 한 달에 한 번 혹은 그 이상씩 그를 만나러도 다녀와야 할 테고. 멍하니 넋을 놓고 앉아 허공만 쳐다볼 일밖에는 떠오르지 않던 작년 연초에 비해서는, 확실히 좀 연초다워진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변화를 무서워하고, 아주 크게 불편하지 않다면(실은 좀 불편하더라도) 그냥 지금껏 해온 일들을 계속하면서 사는 편이 낫다는 조금 무딘 생활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올해 예정되어 있는 이런 변화들은 조금 두렵기도 하고 그거 꼭 그래야만 할까 하는 스스로 초 치는 생각도 가끔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듯이. 그냥 지금껏, 살던 대로 사는 것도 그리 나쁠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러나 한 가지 변할 수 없는 사실은 이미 2년 전 내 인생에는 복구할 수 없는 스크래치가 나 버렸으며, 그러니 내가 아무리 기를 쓰고 발버둥을 쳐도 '지금껏 살던 대로' 살 수는 없을 거라는 사실이다. 이왕 그런 거라면 조금 안 하던 짓을 하면서 살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지.
366일이 지난 올해 31일에는 어떤 생각을 하며 올 한 해를 보내고 있을까. 벌써부터 그런 생각을 해 본다. 벌써부터 조금 겁이 나긴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할 수밖에 없다고도. 이왕 살아있는 이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