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살은 움직여야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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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현재 내 몸무게는 입원 전 몸무게에서 4킬로그램 정도가 빠진 상태이고, 거기서 전날 어떤 간식을 몇 시에 먹었느냐에 따라 앞자리가 한 칸 올라가기도 하고 도로 내려오기도 하는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는 중이다. 나라도 내 몸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에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가 1년 반 정도 돼 가는데 아직도 '정상' 몸무게에 진입하지 못한 건 좀 초조해지는 감도 없지 않지만, 예전엔 어림도 없던 옷들이 이젠 꽤 넉넉하게 맞는 것을 보면 내심 뿌듯하기도 하고 내 운동량 자체가 그렇게까지 많은 건 아니니 속도가 더딘 건 어쩔 수 없다 스스로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


나는 어딘가에 출퇴근하는 일을 하고 있지도 않고 아침저녁으로 체중을 재 보는 것에 비하면 운동을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고 있지도 않다. 그런 주제에 때맞춰 배는 고프고 대충 넘겼다 싶은 날은 꽤 늦은 시간에도 견딜 수 없는 공복감에 시달리기도 하며 내가 이까짓 걸 참아서 뭘 하겠느냐고 그에 굴복해 치킨 같은 걸 시켜 먹는 날도 없지 않다. 모르긴 해도 다이어트는 아마 이렇게 느슨하게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이미 브런치에 몇 번 글을 쓴 것 같지만 다음날 체중에 제일 즉각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건 전날 먹은 것이 부실할 때다. 혹은, 좀 잘 먹더라도 오후 서너 시 안에 먹어버리고 그 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도 제법 효과가 있는 편이어서 대충 이런 원리로 간헐적 단식이라는 것을 하는 것이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그래서 운동을 하면 튼튼해질 뿐이고 살은 굶어야 빠진다던 어떤 연예인의 말은 참 들을수록 맞는 말이다 생각하게 되는 점이 없지 않다. 그래서 전날 이것저것 주워 먹은 것이 많은 날 아침에는 체중계에 올라가기 전에 플러스 1킬로만 넘지 말자는 말을 중얼거리게 된다.


어제는 새해 첫날이라 그런가 하는 일 없이 분주했다. 아침에 그의 봉안당에 다녀오는 길에는 간밤에 내린 비가 얇은 살얼음으로 변해 있었고, 그 비탈길을 걸어 올라갔다 내려오며 몇 번이나 미끄러질 뻔해서 온몸에 힘을 주고 설설 기듯이 내려오지 않으면 안 되었다. 봉안당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중간에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가서 오후에 먹을 소금빵일 몇 개 사 왔다. 그리고 저녁에는 갑자기 잡힌 당근 거래 때문에 부랴부랴 패딩을 꿰어 입고 약속장소로 잡힌 집에서 10분 거리인 마트까지 종종걸음을 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느라 기력을 너무 써버린 탓인지 배가 출출해져서, 나는 별 죄책감도 없이 밤 아홉 시도 넘은 시간에 요거트를 꺼내 꾸역꾸역 퍼먹으며 아 몰라 살 찌려면 찌라 그래 하는 무책임한 말을 내뱉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에 재 본 몸무게는 외려 600그램 정도가 빠져 있어서 이게 다 어제 하루 바쁘게 동동거린 탓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올해 내 계획에 따르면 작년처럼 편안하게 집에만 처박혀 있지는 못하지 않을까도 싶다. 그래서, 좀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올해는 10여 년 만에, 제발 좀, 그 정상 체중의 범주에라는 것에 좀 들어가 보기를. 새해 결심은 작심삼일이 제멋이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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