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온 자수정 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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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잊을만하면 한 번씩 이런저런 선물을 보내주시는 중국인 지인 분에게서 연락이 왔다. 혹시 핸드폰 번호가 바뀌셨느냐고, 물건이 통관되지 않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모양이었다. 내 연락처는 병원에 있다 나오면서 바뀌었고 그걸 이 분에게는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다. 사실 우리는 얼굴을 마주 대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고, 이렇게나 세상이 좋아져서 번역기 서비스가 지금처럼 좋아지지 않았더라면 아마 친구가 되지 못했을 그런 사이다. 그래서 이 분에게 바뀐 번호를 알려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던 탓이 컸다.


뒤늦게 해당 물품을 처리하는 관세법인 쪽으로 연락해 연락처를 변경하고 통관수속을 마치긴 했지만 때마침 주말이 걸려 배송은 주말을 건너뛰고 오늘 아침에야 왔다. 언제나처럼 테이프로 둘둘 싸듯 감겨 있는 상자를 일일이 커터칼로 그어서 뜯어보니 봄까지 두고두고 입을 수 있을 것 같은 캐시미어 가디건 한 벌과 비취 장식이 달린 팔찌, 니트 모자 같은 것들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이거 뭐가 이렇게 묵직한가 싶은 박스가 하나 들어있어서 열어보니 제법 손바닥만 한 자수정 원석 한 덩어리가 들어 있었다.


내가 이 분의 마음씀에 정말로 탄복했던 건 작년 이태원에서 큰 사고가 일어났던 다음 날이었다. 이 분은 나에게 부랴부랴 메시지를 보내셔서 한국에서 많은 사람이 죽은 사고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혹시 그 자리에 계시진 않으셨는지를 물으셨다. 제가 사는 곳은 경기도이며 그 사고는 서울에서 있었고 제가 있는 곳과는 꽤 멀리 떨어져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답장을 적어 보내면 이분과 나는 무슨 삼세의 인연이 닿아서 나라도 다르고 얼굴 한 번 못 본 사이에 번역기가 없으면 말 한마디 통하지 않고 심지어 이렇게나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이 분이 계시는 하이난은 서울에서 직선거리로만 따져도 3천 킬로쯤 떨어진 곳이다) 이런 선물을 주고받게 되는가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자수정 원석은 집 안에 두면 공기를 정화하고 전자파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고 무엇보다도 좋은 운을 불러온다는 믿음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내게 슬픈 일이 생기고 난 후 갑작스레 병원에 실려가 서너 달 정도 앓아누웠던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아픈 일 없이 건강하라는 뜻에서 보내주신 선물이 아닌가도 싶다. 그나저나, 크기가 그리 크지는 않은 이 원석을 도대체 집안 어디에 둬야 좋은 기운을 제일 잘 가져올까. 오늘은 아마도 그 고민을 하면서 보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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