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유독 이걸 이 가격에 판다고? 싶을 정도로 싸게 파는 품목들을 자주 발견하게 되는 항목들이 가끔 있다. 내게는 감자가 좀 그런 편이다. 맛있는 햇감자, 포슬포슬 분이 나는 카스텔라 감자 등등 읽기만 해도 침이 꿀꺽 넘어가는 타이틀을 단 그 상품들은 5킬로그램에 만 원도 채 안 하는 금액으로 올라와 있어서 일단 이게 뭔지 확인이라도 한 번 해보자는 심산으로 클릭을 해보게까지 된다. 물론 그 만 원도 안 하는 금액은 대개 '최저옵션'인 경우고, 크기가 조금이라도 크다든가 킬로그램이 조금 늘어난다든가 하는 식으로 조금만 옵션을 건드리면 금세 금액은 만 원을 우습게 넘어가게 되긴 하지만.
그리고, 우리 집 베란다에는 그렇게 '지른' 자잘한 감자 3킬로그램쯤이 있다.
감자라는 건 참 이상한 작물이어서 좀 든든하게 많이 재 놓으면 그것만으로도 뭔가가 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여기서 착각이라 함은 감자 그 단독으로 뭔가를 해 먹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으며, 일찍이 그가 발견한 바 내가 그렇게까지 감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더라는 사실에 기인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구황작물'이라는 타이틀이 공짜로 얻은 건 아닌 관계로 그렇게 좀 든든하게 사다 놓은 감자는 가끔 갈아서 감자전을 부쳐먹기도 좋고 더러는 몇 개씩 삶아서 버터에 통째로 굽듯이 볶아 설탕과 소금을 뿌리면 휴게소에서 사 먹는 그 버터감자구이가 되기도 해서 퍽 유용한 것도 사실이긴 하다.
어제는 오랜만에 만만한 카레나 해 먹으려고 베란다에 가서 감자를 몇 개 꺼내왔다. 그 과정에서 나는 감자 두어 애가 썩어서 물이 나고 있었고, 그 물에 예닐곱 개의 감자가 닿아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한참이나 혀를 찼다. 이건 뭐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썩은 감자에 닿아있던 감자를 죄다 가려내 일단 불문곡직 껍질을 깠다. 카레에 쓸 것은 두어 개 정도가 고작이었으니 남은 감자들은 이대로는 아무리 냉장고에 보관해 봤자 색깔이 검게 변할 테고, 그냥 삶든 뭘 하든 해서 오늘 안에 다 먹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생각지도 않던 버터감자구이를 해서 어제 오후쯤 간식으로 먹었다.
생각해 보면 이런 식으로, 몇 킬로그램 단위로 감자를 사면 꼭 몇 개는 '빨리 먹어치워야만 할' 모종의 이유가 생겨서 제때 유용하게 잘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허둥지둥 먹게 된다. 이런 일을 매번 당하면서도 나는 마트에서 사는 감자보다 월등하게 싸다는 이유로 싸게 파는 그 감자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생각해 보면 그건 아마도, 그가 있던 시절 함께 뭔가를 먹어 없애던 그 속도에 내 지각이 아직도 맞춰져 있기 때문이 아닌가도 싶다. 우리 집엔 이제 밥 먹는 사람이 나 하나밖에 없고, 그러니 감자가 줄어드는 속도는 예전의 반의반도 안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난 아직도 받아들이고 있지 못한 것이다.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말며, 인터넷의 감자가 싸다고 함부로 지르지 말라. 우리 집 장자의 어느 페이지에는 이런 말이, 지금쯤엔 적혀있을 법도 한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