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연인들' 같은, 그런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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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아침마다 홈트를 하면서 나름대로 만들어놓은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해 놓게 된 것은 몇 달 전부터다. 가뜩이나 별로 재미도 없는 운동을 하는 중에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고, 특히나 플랭크 등 몇몇 동작에서 버틴 시간을 어림할 때 꽤 유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이 한 가지 있는데 '요즘 노래'들의 재생 시간이 꽤 짧다는 것이었다. 보통 3분 30초 내외 정도인 것 같은 느낌이었고 가끔은 3분이 조금 넘거나 심지어 3분이 채 안 되는 노래도 있었다.


곰곰이 들어보면 그럴 만도 하다 싶은 것이 요즘 노래들은 전주가 별로 길지 않다. 간주도 별로 길지 않거나 가끔은 없는 곡도 있다. '옛날 노래'에 흔히 있게 마련인 마지막쯤 후렴구를 강조하듯이 한 번 더 부르는 부분도 거의 없다. 이렇게 컴팩트한 구성이니, 그럼직도 하겠다는 생각도 들긴 한다. 그래도 재생 시간이 너무 짧은 노래는 뭔가 섭섭하다. 아 그래도 노래가 4분 정도는 돼야 들을 게 좀 있지 하는 노친네 같은 소리를 저도 모르게 늘어놓게 되기도 한다. 어디선가에서 듣기로는 요즘 노래들은 음원 사이트를 기준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30초 정도 되는 미리 듣기 안에서 '이 노래 좋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 \앞부분에 최대한 쓸데없는 것들을 빼버리고, 소위 훅이라고 하는 부분부터 넣고 보는 거라는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그런 거라면 그런 것 또한 노래가 진화하는 하나의 방향일 테니 내가 뭐라고 할 게재는 못 된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내가 고등학교도 아닌 중학교 정도 다니던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에 음악 좀 들을 줄 안다 하는 친구들이 듣던 O15B라는 팀이 있었다. 이 팀의 노래 중에 한 번 듣고 세상에 뭐 이런 노래가 있을 수 있나 하고 충격받았던 '아주 오래된 연인들' 같은 경우는 재생시간이 4분 15초인데 그 충 1분 20초가 전주다. 그때부터도 이미 '노래방 가서 선곡하면 눈총 맞아 죽는' 곡이라고 정평이 나 있던 그 곡은, 그러니까 지금 같은 시절에 시장에 나오면 미리 듣기 30초 안에 전주만 듣다가 보컬의 목소리 한 번 못 들어보고 끝날 수도 있겠고 사람들의 선택을 받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세상은 참 갈수록 빠릿빠릿해져 가는데 그걸 따라가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은 이렇게 뒤로 처져서 옛날이 좋았다는 꼰대 같은 소리나 하게 되는구나. 혹은, 사람은 이런 식으로 꼰대가 되어가는구나 하고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래도 오늘 불쑥 생각나서 찾아 들어본 '아주 오래된 연인들'은 여전히 좋은 노래였고 장장 1분 20초에 달하는 그 전주는 지금 들어도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생각한다. 옛날 그 노래 참 좋았는데, 까지만 하기로. 요즘 노래는 도대체가 들을 게 없다는 말은 웬만하면 하지 않기로. 전자나 후자나 다 꼰대일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후자 스타일의 그런 꼰대까지는 아직은 별로 되고 싶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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