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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사람을 신경 쓰이게 하는 그 손 시림 증세는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하기야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의 인생이란, 혹은 일상이란 대개가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살던 대로 살고 있는 이상 이 이유를 알 수 없는 손 시림 증세가 그제처럼 어제도 나타난 것은 그다지 놀랄 만한 일까지도 못 되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밖에 나가 싸돌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보일러까지 틀고 있는 집 안에, 무릎 담요까지나 덮고 앉아서 손이 시린 이유가 뭘까. 나도 모르게 곱아 오는 손을 주먹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고 장갑을 꼈다 벗었다를 반복하다가, 나는 급기야 그런 생각을 심각하게 하기 시작했다. 정작 이상한 일은 밖에 나가 돌아다니는 날에는 별로 손이 시리다는 생각을 한 기억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손 시림 증세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대개 집에 있는 날이었다. 사실은 이것부터가 좀 이상한 일이었다. 왜, 추운 날 돌아다닐 때가 아니라 가만히 집에 있을 때 더 손이 시릴까.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손이라는 것이 내 몸과 뚝 떨어져 별다르게 존재하는 게 아닌 이상, 손이 시리다는 건 결국 내 몸 본체(?)의 온도가 낮다는 말이 되는 게 아닐까. 몸의 다른 부위야 옷도 입었고 무릎담요도 덮고 있으니 늘 밖으로 나와 있고 이것저것을 해야 하는 손에 비해 표가 덜 날 뿐, 사실 내 몸의 기본 체온 자체가 좀 내려가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한 데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었고 그냥 나 혼자 한 생각일 뿐이었다. 그러나 정말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집 밖에 나갈 때나 입는 기모까지 붙은 두꺼운 조거 팬츠를 꺼내 입고 플리스로 된 가디건도 꺼내 입었다. 이 정도면 뭐, 완전무장이라고까지 할 건 없어도 실내에 있기에는 오버다 싶을 만큼 두껍게 껴입었다 싶게 옷을 껴입고 어제 하루를 지내보았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어제는 별로 손이 시리지 않았다.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었지만 자꾸만 신경이 쓰이고 내 몸 어디가 단단히 고장 난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더럭 들 정도의 손 시림은 없었다.
그러니까 전반적으로 집이 썩 따뜻하지 못하고, 내 몸이 만족할 만큼의 온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였던 모양이다. 우리 집은 연식이 꽤 된 집이라 외풍이 좀 있는 편이고, 그래서 보일러를 틀어놔 봤자 따뜻해지는 건 바닥뿐이고 공기 자체는 그리 훈훈하진 않다. 온풍기라든가 스토브 등의 난방기를 별로 구비해 놓지 않아서 더 그렇다. 그 와중에 같이 있던 사람마저 없어져 버렸으니 우리 집은 지금 내가 느끼는 것보다 조금 더 추운 상태인 모양이다. 그리고 늘 밖에 나와 자판을 친다든가 핸드폰을 만지는 등의 이런저런 일을 해야 하는 손이 제일 그 온도에 민감한 모양이고.
물론 어제 한 번으로 확신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며칠 더 실험을 해 볼 작정이다. 그러나 아마도 그런 게 아닐까 하는 확신이 슬금슬금 드는 걸 보니 아무래도 손이 아니라 나 자체가 그간 집 안에서 좀 추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건가, 그걸 고민해봐야 할 차례인 것 같다. 벌써 1월 중순이고, 이제 와서 스토브 같은 걸 산다 한들 한 달 반 정도밖에는 쓰지 못할 텐데 올 겨울은 어떻게든 이를 악물고 버텨보고 내년 겨울로 미룰 것인지, 아니면 그냥 눈 딱 감고 지금 뭔가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 뭐가 이렇게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해야 할 일이 많은지 모르겠다. 둘이 하던 것들을 나 혼자 한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