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의 어느 날이었다. 날은 춥고, 밥통 속에 들어앉은 찬밥을 어떻게 먹을까를 고민하다가 간만에 이것저것 넣고 죽이나 끓여 먹기로 했다. 냉장고 속에 있던 채소 몇 가지를 넣고 불을 붓고 한참을 끓이다가, 이제 계란이나 하나 깨서 넣고 휘휘 저어서 먹으면 되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냉강고에서 꺼내온 계란이 유독 위아래가 길어서 얘는 계란 중에서도 말상이네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는데, 톡 깨서 끓고 있는 냄비에 넣는 순간 나는 헉 소리를 냈다. 말로만 듣던 쌍란이었다. 어떤 사람은 계란 네 개를 깨서 네 개가 연속 쌍란인 경우도 있었다는데, 나는 일단 쌍란이라는 걸 실제로 본 것이 그때가 처음이었다.
뭔가 대단히 희귀한 것을 보았으니 다음 차례는 응당 그렇듯 로또라도 한 장 사보자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번 주에는 정말 큰맘 먹고 한 턱 쏘기라도 할 생각이냐고, 책상 위 그의 사진에 대고 너스레를 한참 떨었다. 그렇게 사람 애먹였으면 이젠 진짜 한 턱 쏠 때도 됐다 그치? 뭐 그런 뜬구름 잡는 생각을 하느라 그날 하루는 오후까지 즐거웠다. 물론 그래놓고, 나는 그 로또를 어제까지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갑자기 그 로또 생각이 난 건 라면을 끓이다가 역시나 계란 하나를 깨 넣던 그 순간이었다. 아 맞다. 쌍란. 로또. 그런 웃기는 연상작용을 통해, 나는 내가 미처 찾아가지 못한(!) 10억 상당의 당첨금이 있음을 기억해 내고 밥을 다 먹고 설거지까지 마친 후 경건한 마음으로 번호를 맞춰보았다. 그래서, 당첨됐냐고? 당첨됐다. 5천 원에. 뭐 로또 산 5천 원을 고스란히 날린 것은 면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장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제 생각이 난 김에 좀 찾아본 바로는 쌍란이 나올 확률은 대략 0.1 퍼센트 정도라고 한다. 로또의 경우 번호가 세 개 맞는 5등은 45분의 1이라 대략 2 퍼센트, 네 개가 맞는 4등 확률이 0.1 퍼센트 정도라고. 그러니 고작 쌍란 하나를 본 정도의 확률로 1등을 바라는 건 헛물켠 것이 맞는데, 그렇다 치더라도 0이 하나 떼 진 것까지는 틀림없는 사실인 셈이었다. 아 이런 사람 아니더니 왜 이렇게 계산이 흐려졌어. 0이 하나 빠졌잖아. 5만 원 있으면 그걸로 마트 장을 한 번 보는데. 그렇게 나는 그의 사진 액자에다 대고 한참을 투덜거렸다. 마치 맡겨놨던 물건을 못 받기라도 한 듯이.
당신이라는 사람이 내 곁에 와서 산 확률은 도대체 몇천만 분의 1일까. 때아닌 확률 생각을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을 해 본다. 그 몇천만 분의 1이 얼마나 기적과 같은 확률이었는지, 다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어서 슬픈 일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