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핸드폰을 만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핸드폰이라는 물건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른다. 30대 무렵 그에게는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하고 인간 자체에 환멸을 느낄 만한 몇 가지 사건들이 일어났다. 그때의 영향인지도 모른다. 귀가 따갑게 울려대던 핸드폰 소리와 쉴 새 없이 쏟아지던 문자들은 옆에서 보는 내게도 트라우마가 될 지경이었으니까. 그래서 건강이 나빠져 일을 쉬게 된 후 그는 자조적으로 다른 건 몰라도 그놈의 핸드폰 신줏단지 모시듯 안 꺼지도록 신경 써서 충전해야 되는 것에서 해방된 것 하나만은 좋다고 그렇게 말한 적도 있었다.
반면에 나는 딱 요즘 사람들의 평균 정도의 핸드폰 중독이다. 스마트폰이라는 물건이 생기면서 더욱 그렇게 되었다. 핸드폰은 세상에서 가장 가지고 놀기 좋은 장난감이었다. 나는 핸드폰으로 음악을 들었고 SNS를 했고 게임을 했고 남들이 키우는 고양이나 강아지의 재롱을 유튜브에서 찾아보는 것으로 반려동물을 들이지 못하는 대리만족을 했다. 그런 것들을 하느라고 가끔은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그래서 그가 옆에서 뭐라고 말을 하고 있는데도 눈은 스마트폰 화면에 고정한 채 건성 섞인 대답만 응, 응 하고 넘어간 일도 잦았다. 가끔 그는 그런 것들에 폭발해 며칠씩 말을 하지 않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아, 최소한 대화할 때만이라도 안 그래야지 생각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지금 생각하니 하나하나가 다 가슴에 대못처럼 박힌다.
요즘 나는 성격에 맞지 않게 매일 먹을 식단을 2주쯤 전에 미리 짜둔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매일 고민할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고, 그렇게라도 계획을 세워 놔야 마트에서 금액을 맞춰 주문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쌀이나 휴지 등, 하나만 골라도 만 몇천 원씩 나오는 무언가를 사야 할 일이 없을 때의 최소 주문 금액 맞추기는 내겐 꽤 만만치 않은 미션이다. 그래서 식단이라도 미리 짜 놓으면 대충 어떤 것을 사야 할지를 파악할 수 있다. 물론 그나마도 유통기한이 한정적인 두부나 콩나물 같은 것들은 지나치게 일찍 사다 놓을 수 없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나의 식단 계획은 이틀 단위로 짜진다. 그 언젠가도 한 번은 쓴 말이지만 딱 1인분의 밥을 하는 게 너무 어려워서, 2인분의 밥을 해서 하루는 따뜻한 밥을 먹고 다음 날은 식은 밥을 먹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출 계획이 있는 날은 되도록 식은 밥(정확히는 라면)을 먹도록 식단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 외출했다 돌아와서 배고픈 와중에 능숙하지도 않은 솜씨로 뭔가를 만드느라 고생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고려하면 일주일에 하루 정도 붕 뜨는 날이 생긴다.
어제도 그런 날이었다. 그리고 나는 며칠 전 마트에 갔다가 어제 먹을 요량으로 냉동피자 한 판을 사 왔다. 피자를 먹어본 게 도대체 언젠지 기억도 안 나던 중에, 할인상품이라고 따로 내놓은 것을 보고 조금 마음이 혹했던 것이다. 레귤러 사이즈는 되나 싶은 작은 피자였다. 요즘 안 그래도 먹는 양도 줄었고 이거 하나 정도면 충분하겠지. 그런 마음에서 사 온 피자였다.
결론적으로 나는 그 피자 한 판을 먹어치우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했다. 나름 토마토소스가 많이 발라진 것으로, 최대한 느끼하지 않을 듯한 것을 사 왔는데도 나는 그 손바닥만 한 피자 한 판을 혼자서 먹느라 꽤 용을 써야 했다. 마지막 한 조각은 냉동됐던 걸 해동한 거라 남겨놓을 수도 없다는 생각에 그야말로 욱여넣듯이, 꾸역꾸역 먹어 없앴다. 그리고 마지막 조각을 다 먹고 난 후, 과식한 직후에 오는 특유의 불쾌감에 오만상을 찡그리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는 피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나는 꽤 피자를 좋아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라지 피자 한 판을 시키면 혼자 반판 정도는 거뜬히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이 손바닥만 한 냉동 피자 한 판을 채 감당을 못해서 쩔쩔매고 있다니. 내가 어딘가 망가지긴 단단히 망가졌구나 하는 생각에 쓴웃음이 나왔다. 오빠 보고 있냐. 내가 요새 이러고 산다. 흘러내린 치즈와 토마토소스로 범벅이 된 접시를 치우기 위해 일어나며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나는 그에게 많이 무심했지만 미안해할 필요는 없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에게 준 몇 배는 되는 외로움과 슬픔이 이제부터는 모두 나 혼자만의 몫이기 때문이다. 내가 좀 살갑지 못하고 무신경했다고, 그걸 이런 식으로 이자 쳐서 돌려 주네. 하여튼 쓸데없이 계산은 정확하다니까. 설거지를 하는 내내 나는 그렇게 투덜거렸다. 그러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