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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브런치 메인에 나가서 요즘 많이 읽히는 글이 어떤 글들인지 한 번 둘러보고 올 때가 있다. 혹은, 느닷없이 조회수 폭발 알림이 와서 무슨 일인가 하고 나가볼 때도 있다. 그렇게 한 번쯤 다른 분들의 브런치를 둘러보는 건 또 나름의 재미가 있다. 요즘은 이런 글들이 인기로구나 하는 걸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얼마 전부터 부쩍 '글쓰기'에 대한 글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고 있다. 매일 조금이라도, 별 것 아닌 글이라도 쓰라는 조언도 꽤나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그것 하나만은 내가 꽤 잘 실천하고 있는 것이어서 괜히 좀 으쓱해지다가 불쑥 생각하게 된다. 나는 도대체, 이 뻔하디 뻔한 삶을 살면서 무슨 할 말이 그렇게나 많아서 550편에 육박하는 글을 쓰고 있을까 하고.
흔히 판에 박힌 일상을 보낸다는 말을 쓰지만 나보다 그러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회사에 출근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매일매일 나 아닌 누군가를 만나는 일을 하지도 않는다. 같이 사는 가족이 있거나 키우고 있는 자녀가 있는 것도 아니며, 요즘 인기라는 반려동물이나 재테크에 대해서도 딱히 할 말이 없다. 나는 변수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그냥 손바닥만 한 우리 집 안에서 재택 프리랜서의 그렇고 그런 뻔한 일상을 매일매일 살고 있을 뿐이며 그 뻔한 일상에는 지난 늦여름 갑작스럽게 병원에 서너 달 정도 입원하게 된 것 정도 외에는 별다른 놀라운 일도 새로운 일도 생기지 않는다. 이런 삶을 1년이 훌쩍 넘어 2년 가까이 살고 있으면서, 그래도 이 시간이면 매일매일 뭔가 끄적일 거리가 생긴다는 건 내가 생각해도 가끔은 좀 신기한 일이다. 뭐 물론 그래서 내 브런치에 쓰여있는 글들은 하나도 특별할 것 없는, 그렇고 그런 신변잡기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지만, 아무튼간에.
그러니까, 그렇게 사는 내가 매일매일 글 쓰는 일을 550여 일 간이나 할 수 있었으니까 내가 아닌 누구라도 매일매일 글 쓰는 일을 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특별한 사람일 필요도 없고 특별한 일상을 살 필요도 없다.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고 말하지만, 결국 사람이 사는 모양을 자세히 뜯어보면 완전히 똑같은 삶이란 어디에도 없는 법이니까.
해마다 해가 바뀌고 음력 설이 돌아오기 전까지의 이 한 달 남짓한 애매한 기간은 학창 시절의 2월처럼, 여기도 저기도 속해 있지 않은 애매한 시간으로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아직 올해 계획을 세우지 못하신 분이라면, 올해는 일기를 써보시는 게 어떨까 하는 권면의 말씀을 살짝 드려 본다. 글을 쓴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별 것 아닌 일이고, 동시에 생각보다 훨씬 굉장한 일이니까. 어느 날 갑자기 20년 이상 인생을 함께하던 사람을 잃어버린 나를 여기까지 버티어 낸 것이 결국이 별 것 아닌 글 쓰는 시간들이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