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웨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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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지난주는 내내 체감온도가 영하 10도에서 20도를 찍는 혹한이었다가 이번 주 들어 날이 좀 풀렸다. 이 참에 밖에 나가야 될 일이 있으면 좀 나갔다 와야겠다 생각하고 어제는 간만에 외출을 좀 한 참이었다.


목적지 근처에 얼마 전 문을 연 한 대규모 복합쇼핑몰이 있었다. 미팅은 1시라 시간 여유가 조금 있었고, 연일 여기저기서 화제가 되던 곳이어서 여기까지나 온 김에 구경이나 하고 갈까 하고 생각했다. 늘 하던 대로 일단 서점에 들러서, 거기 진열되어 있는 온갖 종류의 책들에 한참이나 넋을 놓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점심시간이 가까워오고 있었다. 시간은 조금 이르지만 또 점심시간 맞춰 가면 복잡하겠지 싶은 생각에 그냥 지금 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웬걸. 그건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식당층은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복잡했다. 식당층을 세 바퀴쯤 돌아보고, 나는 '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순순히 적당한 식당 한 곳에 웨이팅을 걸기로 했다. 핸드폰 번호를 누르고 대기 버튼을 누르자 앱이 예상한 내 대기시간은 33분이었다. 아니 무슨 주말도 아니고 평일에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나는 한참을 투덜거리며 대기인원 42팀 대기예상시간 33분이 찍힌 핸드폰 화면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33분이 약과라는 걸 알게 된 것은 몇 분 지나지도 않아서였다. 매장 입구에 비치된 대기번호 등록 화면에 의하면 대기 인원 65팀, 대기 예상 시간은 7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나마 나는 일행이 없이 1인이라 많이 봐줘서 그 정도인 모양이었다. 그걸 보고 나는 그냥 조용히 입을 다물고 내 차례가 오기를 순순히 기다리기로 했다. 자리는 생각보다 조금 빨리 나서, 나는 25분쯤을 기다린 후에 매장 안으로 들어가 무사히 식사를 마치고 딱 맞게 1시에 잡혀 있는 미팅에 갈 수 있었다.


1인은, 다른 건 몰라도 이럴 땐 편하다. 차표를 끊을 때, 식당에 웨이팅을 할 때, 여럿이서 같이 오는 사람들보다 혼자 오는 사람은 어디든 끼어들기는 쉽다. 모르긴 해도 인기 아이돌의 콘서트 표 예약 정도가 아니라면―그것도 소위 '연석'에 비하면 난이도가 급전직하하지 않을까 생각하긴 하지만― 어지간해서 혼자는 두 명 혹은 그 이상의 인원이 같이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에 비해 좀 편하긴 할 것이다. 어제만 해도 내가 혼자가 아니라 일행이 있었다면 25분 만에 밥을 먹으러 들어가지는 못했을 테니까.


그래도 그런 건 있다. 누군가와 함께 왔더라면 그 대기 시간에 핸드폰이나 쳐다보고 있는 것 말고 조금 더 다른 할 일이 있었을 텐데. 푸드코트 같은 곳에 가서 하나는 자리를 잡고 하나는 주문을 하는 방법 같은 것도 써볼 수 있었을 텐데. 제일 맛있어 보이는 메뉴 두 개를 시켜 놓고 너 한 젓가락 나 한 젓가락 나눠 먹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 모든 것들이 혼자라서 줄어든 웨이팅의 대가일까. 어느 쪽이 '남는 장사'인지, 솔직히 잘은 모르겠다. 당신 생각은 어떠냐고, 강짜라도 부리듯 물어볼까. 물론 그래봤자 아무 대답도 안 해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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