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오뎅이 들어왔다

-65

by 문득

오후쯤 지인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날도 이렇게 추운데 뭘 먹기나 하고 사느냐고, 반찬은 뭘 해놓고 사는지를 한참이나 두루 물으셨다. 별 건 아니고 집에 먹을 것 사는 김에 오뎅을 몇 만 원어치 보냈으니 그걸로 이것저것 해서 먹으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오뎅은 유통기한이 짧지만 냉동실에 넣어두면 오래 가니까 버리지 말고 다 먹으라는 당부의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나는 오뎅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와 함께 떡볶이를 먹을 때도 오뎅을 두고 누가 더 많이 먹느니 옥신각신한 기억이 별로 없다. 요즘도 가끔 출출한 오후에 떡볶이를 해 먹을 때도 떡국떡 한 줌과 라면 사리 정도나 있으면 족할 뿐 오뎅은 굳이 필요가 없어서 사다 넣지도 않고 해 먹고 있는 참이다. 그러나 이렇게 눈먼 오뎅이 잔뜩 생길 모양이니 이제부터는 떡볶이에 오뎅도 실컷 넣어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 그러고 보니 냉장고 채소칸에 지난번 소고기 뭇국을 끓이고 미처 다 못쓴 무도 한 덩어리 남아 있다. 그거나 푹푹 썰어 넣고 오뎅국 같은 걸 끓이면, 또 이 추운 날씨에 제격이겠다. 그리고 무난하게 볶음 같은 걸 해서 몇 끼 정도 먹어도 괜찮겠지. 그렇게, 아직 배송돼 오지도 않은―그래서 정확히 양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 오뎅을 두고 나는 한참이나 이 난데없이 뚝 떨어진 오뎅이 내 식단 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것을 지레짐작해 본다.


사실 이 지인 분에게는 이미 몇 차례나 이런 식으로, 밥 먹는 데 쓸 식재료를 받은 적이 있다. 적지 않은 식구를 건사하는 가정주부이신 이 분은 그 탓인지 손이 꽤 크시고, 그래서 혼자 사는 내게도 이걸 도대체 어떻게 다 먹으라고 이렇게나 많이 주시는 건가 싶을 만큼 한 번에 뭘 참 듬뿍 주시곤 한다. 내가 산 것이라면 설령 제때 다 못 먹어서 버리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나의 뒷손 없음만을 한탄하면 그뿐이지만 다른 분에게서 받은 물건이라면 좀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것을 버리는 것은 나를 생각해 준 그분의 성의까지 같이 버리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분이 주시는 먹을 것들은 당분간 우리 집 냉장고 우선순위 1순위도 아닌 0순위를 차지한다. 사실 그런 부담감이 없진 않아서, 뭘 좀 보냈다는 이 분의 말씀은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거겠지. 그런 생각을 한다. 나 하나 살기도 바쁜 세상에 혼자된 사람―심지어 혈육도 친척도 아닌―을 생각해서 금전과 마음을 써 가며 보내주시는 물건을 두고 이런 죄받을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것이고, 나는 그냥 이 난데없이 생긴 오뎅을 이렇게 저렇게 감사하게, 버리지 않고 잘 먹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겠는지.


그래서, 내일 메뉴는 원래 먹으려고 했던 된장찌개 대신 오뎅국으로 확정이다. 오늘이 아니라 내일인 이유는 이 택배가 정확히 몇 시쯤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중에 좀 짬이 나는 오후에는 인터넷을 뒤져서, 오뎅으로 만들 수 있는 좀 색다르고 하기에 어렵지 않은 음식 레시피를 좀 찾아봐야겠다. 오뎅을 썩 좋아하지 않는 나와는 달리 그는 오뎅을 좋아했었다. 그가 있었더라면 이 난데없는 오뎅을 좀 더 기쁜 마음으로 받았을 텐데. 하긴, 그가 있었으면 굳이 내가 눈에 밟혀 오뎅 같은 걸 보내실 일도 없었으려나.


221500311_b_1.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 혼자 웨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