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잘 짓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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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브런치에 뭐라도 써보신 분들이라면 단박 공감하실 이야기가 있다. 글은, 정작 본문을 쓰는 것보다도 제목을 붙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이다. 제목은 글의 첫인상이기도 하고 목차이기도 하면서 요약본이기도 하고, 가끔은 글 그 자체일 때도 있다. 그런 것을 정해 붙이는 작업이 만만할 리는 사실 별로 없다.


브런치를 2년 가까이 꾸리고 600편 가까운 글을 써 오면서, 이제 글을 써놓고 발행할 때 아 이번 글은 메인에 걸릴지도 모르겠다는 감이 올 때가 있다. 그리고 그 감은 대개 맞는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그 조회수 알람에 이제 예전만큼 놀라지 않게 된 것에는 아마 그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제는 좀 의외였다. 어제는 뭐 별다른 말을 써놓지도 않았는데 갑작스레 조회수가 2천을 넘었다는 알림이 와 있어서 살짝 당황했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아. 제목 때문이구나.


글 쓰는 사람으로서 나는 제목을 썩 잘 짓는 편이 못 된다. 제목을 잘 붙인다는 건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재능의 영역에 들어갈 만큼 대단한 재주다. 몇 년 전 한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때문에 전 국민의 애송시가 되어버린 '풀꽃'이라는 시만 해도 그렇다. 그 시의 완성은 그 제목이라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어쩌면 그냥 단순한 레토릭에 불과했을 그 시의 본문은 그 제목을 만남으로써 작고 아름다운 생명에 대한 찬사로 완성된다. 그러니 그 본문만큼이나 짧은 그 시의 제목은 아마도 그 시가 주는 울림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을 차지할지도 모른다. 이런 작업이 쉽고 간단할 수는 없는 일이긴 하다.


어제 글의 제목은, 다들 아시다시피 몇 년 전 방송돼 제법 히트했던 한 드라마의 제목을 패러디한 것이다. 물론 어제 글의 내용과 그 드라마 사이에는 눈곱만큼의 연관성도 유사성도 없다. 다만, 생각지도 못하게 느닷없이 생긴 오뎅의 존재가 그야말로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문을 열고 들어온' 낯선 손님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글 쓰는 나의 입장이고, 그 제목을 보신 분들의 입장에서도 그러려나 하는 뒤늦은 생각을 해 본다. 이건 뭐야 하고 글을 눌러보았다가 낚였네 하고 중얼거리는 썩 유쾌하지 않은 모먼트를 불특정 다수에게 제공해 버린 것은 아닐까. 사실 나부터도 브런치 메인이나 포털 사이트의 메인 화면에서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뽑힌 몇몇 제목들과 '결국 읽어 보면 별 것 아닌' 내용의 괴리 사이에서 어딘가 말로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불쾌한 감정을 느꼈던 기억이 없지 않아 있기에 말이다.


어제 글의 제목에 '낚여서' 이건 뭐야 하고 눌러보셨다가 실망하셨을 분들께는 사뭇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래도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들어온 것이 '불행'인 것보다야 '오뎅'인 편이 낫지 않으냐는 변명의 말씀도 함께 드려 본다. 이건 그야말로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불행이 문을 열고 들어와 함께 살던 사람을 데려가 버린 내가 하는 말이니 틀림없을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 늘 좋은 일이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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