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무라카미 하루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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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그도 나도 참 좋아했던 작가 중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있다. 세상과 격리되다시피 했던 지난가을의 짧은 투병 중의 유일한 낙은 그의 신간 몇 권을 주문해 읽는 것이었다. 그가 있었더라면 우리는 아마 이 책이 나오자마자 사든 집 근처 도서관에 비치신청을 하든 해서 빌려다 읽어보았을 것이며, 한동안 이 대작가의 그다지 현실적이지 못한 이야기를 시치미 뚝 떼고 늘어놓는 '차라리 뻔뻔하기까지 한' 이야기 솜씨에 대해 한동안 즐겁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적지 않게 나오는 이야기로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 말고 소설 아닌 글을 더 잘 쓴다는 말이 있다. 나는 이번 가을에 그의 마라톤에 관한 에세이를 읽으면서 과연 그런 말을 들을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는 달리기를 한다. 그냥 아침저녁으로 건강을 지키기 위해 러닝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본격적으로 마라톤을 한다. 특정한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코스를 짜고 페이스를 조절하고 그 과정에서 프로 마라토너의 조언을 받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에세이 중간중간 실린 그의 달리는 모습은, 모르고 보면 '글쟁이'가 아니라 그냥 마라토너의 몸처럼 보일 정도로 근육질이었다. 글 잘 쓰는 사람은 참 뭘 해도 다르다고, 이 사람은 달리는 일에까지 이렇게 진심이구나 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요새 먹는 것을 단속하는 것에 많이 느슨해졌다. 배가 고파서, 참을 수 없는 공복감 때문에 뭔가를 먹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입이 심심하다는 정도의 대수롭지 않은 식탐에 굴복해 뭔가를 먹는 날이 늘어나고 있다. 다음날 아침 체중계에 올라가 늘어난 체중을 보아도 앞자리 안 바뀌었으면 그걸로 됐다고 스스로에게 면죄부도 참 과감하게 주고 있다. 병원 생활을 하면서 5킬로그램이 추가로 빠졌던 내 몸무게는 집에 오자마자 야금야금 불어나기 시작해 되레 3킬로그램 정도가 쪘고, 이 이상 늘어나는 건 안된다는 생각에 다시 중단했던 홈트를 시작했었다. 그러고 나서는 또 새로 불어난 3킬로그램의 범주 안에서 순조롭게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내 몸무게는 오늘 아침 드디어 정확히 3킬로그램이 불어난 수치에서 멈췄다. 내 스스로 정해놓은 마지노선까지 온 것이다.


어제만 해도 나는 불금이라는 핑계를 대고―애시당초에 누굴 만나거나 어디 놀러 갈 일도 없는 내게 불금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덟 시도 넘은 시간에 냉장고에 든 비엔나소시지 한 봉지를 꺼내 양파를 썰어 넣고 케첩 양념을 듬뿍 둘러 볶은 소시지 야채볶음 비슷한 간식을 만들어서는 한 접시를 기세 좋게 먹어치웠다. 이런 짓을 하면서 다이어트라니. 날마다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먹고 싶은 것을 참아가며 몸 관리를 하고 있을 그 수많은 다이어터들에 대한 모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누구는 러닝도 모자라 마라톤도 한다는데 나는 이까짓 대수롭지 않은 식탐 하나를 못 참아서 아직도 '정상체중'까지 가려면 한참이나 남은 이 지점에서 이렇게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건가 하는 자괴감에 잠깐 입맛을 다시게 된다. 하긴, 매사에 그렇게나 최선을 다하고 진심을 다하니까 그 사람은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는 대작가가 되었고 난 그렇지 못하니까 이런 신변잡기밖에는 쓸 줄 모르는 글쟁이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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